9,000만 달러(975억1,500만원)의 사나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LA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 2009년 사이영상 출신의 잭 그레인키, 보스턴의 에이스였던 조시 베켓,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채드 빌링슬리 등 연봉이 1,000만 달러가 넘는 선발 투수들이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여기에 또 다른 선발 후보들인 테드 릴리와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까지 14일(한국시간)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이틀째 훈련이 진행된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는 '억'소리 나는 투수들이 총집결했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도 쟁쟁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등번호 99번이 선명하게 찍힌 푸른 유니폼을 입고 오전 7시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훈련 첫째 날이었던 전날엔 간단한 신체검사만 받고 귀가했다. 그러나 이날은 약 40명의 투수와 포수 등 동료와 처음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굴욕도 맛봤지만 자신감을 되새긴 하루였다. 선수단과 합동훈련을 시작한 류현진은 45분간 맨손 체조로 몸을 풀었고 스트레칭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근육을 푸는 법을 배웠다.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동료와 함께 땀을 흘린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스타디움 인근 1.609㎞를 돌면서 러닝 훈련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꼴찌에 머물렀다. 그 동안 개인 훈련을 통해 체중을 5㎏ 정도 줄이고 체력 관리에 집중했지만 동료의 빠른 걸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는 선수들은 천천히 장거리를 달리는 데 비해 여기 동료는 중장거리 레이스처럼 너무 빨리 뛴다"며 "내일부터는 후미에 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달리겠다"고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괴물'답게 투구에 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커쇼, 릴리, 카푸아노 등 왼손 투수 7명과 한 조에 편성돼 주자 견제, 1루 베이스 커버, 번트 수비 등을 연습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로부터 견제 동작을 빨리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에이스인 커쇼가 불펜 피칭을 할 때는 곁에서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역시 커쇼의 볼은) 좋아 보였다"면서도 "현재 내 페이스와 비슷한 것으로 판단되고 나도 그 정도의 내용은 보여줄 참"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류현진의 불펜 피칭은 15일이다. 돈 매팅리 감독, 허니컷 투수코치,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35~40개 정도의 공을 던질 계획이다. 현재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전력 투구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공식적으로 처음 하는 불펜 피칭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게 괴물의 생각이고 자신감이다.
류현진은 그러면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단체 훈련을 하니까 분위기가 새롭고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며 "오후 개인 훈련 시간을 활용해 컨디션을 잘 유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괴물'은 감독과 친분을 다지는 시간도 가졌다. 류현진은 훈련이 끝난 뒤 스타디움 클럽하우스에서 매팅리 감독과 탁구를 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놨다. 푸른색 다저스 운동복을 입은 류현진과 평상복을 입은 매팅리 감독이 공을 주고받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빨리 친해지고자 라커에 들러 탁구를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언론은 러닝 훈련에서 꼴찌에 머문 류현진을 향해 "담배를 끊으라"고 일침을 가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의 켄 거닉 기자는 "류현진이 체중 조절을 위해 햄버거를 끊은 만큼 담배도 끊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때문에 현지 언론이 류현진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 역시 사소한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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