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인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57)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청 내용 중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검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하면서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 또는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8년을 끌어온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로써 마무리됐고, 노 의원은 5차례 재판 끝에 이날부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노 의원에게 적용된 통신보호비밀법은 처벌 조항에 징역형만 명시돼 있고, 벌금형이 없다.
노 의원은 2005년 8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로 불린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 전ㆍ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로 2007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2009년 2월 1심 재판부는 노 의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지만, 같은해 12월 2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1년 5월 상고심에서 보도자료 배포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되지만 이를 인터넷에 올린 행위는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심 재판부는 같은해 10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노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 내용 공개가 중대한 공익상 이유에 의한 것인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1년 9월 합헌 결정했다. 노 의원은 또 지난 5일 여야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대법원에 "벌금형을 추가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통과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는 탄원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 의원은 이날 선고 직후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오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며, 국민의 심판과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재선거는 4월 실시될 예정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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