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타이어의 공세가 거세다. 수입 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두자릿수까지 높여감에 따라, 수입 타이어들도 동반상승효과를 누리며 빠르게 타이어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13일 대한타이어공업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산 타이어 수입액은 4억8,104만달러(약 5,3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8.3% 성장한 수치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20%나 늘어난 것으로 지금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 5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난해 수입자동차 등록대수가 사상 처음 10%를 돌파한 것처럼 수입타이어도 대략 10% 점유율에 도달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ㆍEU FTA로 수입타이어의 관세가 낮아진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수입차가 워낙 빠르게 보급되면서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함께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산 타이어 수입증가는 '굿이어'로 대표되는 미국산(28.5%)과 '피렐리'로 유명한 이탈리아산(15.1%)이 이끌었는데, 모두 FTA효과를 누린 제품들이다. 이밖에 미쉐린, 브리지스톤, 던롭 등도 인기 수입브랜드이다.
수입타이어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금호 한국 넥센 등 국산 타이어보다 평균 30~40%, 고급차종에 쓰이는 타이어는 배 이상 비싸다. 그런데도 수입타이어를 찾는 운전자들이 많은 건 '외제차에는 외제타이어를 끼워야 한다'는 인식, 이로 인해 외제차를 처음 구입할 때 장착되어 있던 외제타이어를 교체 때에도 다시 구입하는 '관성 구매'경향 때문이다.
특히 일부 수입차 정비센터에서는 노골적으로 "출고 때 타이어와 똑 같은 제품을 쓰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 운전자들에게 수입타이어 사용을 사실상 강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수입차 운전자는 "국산타이어를 쓰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니 어쩔 수가 없다.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수입타이어를 재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외산 타이어의 국내시장 잠식은 더 빨라질 전망. 타이어의 평균 수명이 3년 안팎(4만~6만㎞ 주행)이고, 국내 수입차 시장이 2009년 이후 급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후 타이어 교체수요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2009년 판매됐던 수입차 6만대에서 타이어 교체수요가 지난해부터 발생했다고 본다면 앞으로 외산 타이어 수요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는 국내 시장에서 2010년 9만대가 팔렸고, 2011년에는 10만5,000대, 작년에는 무려 13만대가 팔렸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시장확대에 따라 수입타이어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수입차=수입타이어'라는 운전자들의 고정관념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구개발로 국내 타이어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며 "수입차라고 무조건 수입타이어를 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 국내 타이어사 관계자도 "버스용의 경우 수입 타이어는 3회까지 재생하지만 국산은 1회밖에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 상용차 타이어기술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승용차의 경우 벤츠 BMW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이미 국산 타이어가 공급되고 있는 만큼 규격만 같다면 국산과 수입산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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