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투발(投發) 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전에 파괴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공격 임박 징후가 뚜렷하다고 판단될 경우 역으로 북 핵ㆍ미사일 시설을 먼저 공격해 핵무기를 사전 제거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제 타격론'에 동의한 것이다.
13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이 '선제 타격' 개념을 도입한 것은 최근이 아니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신호탄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가시화하면서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해 왔다. 지난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는 이 개념이 최초로 훈련에 적용되기도 했다. 선제 타격 등 군사적 대응을 고려할 시기가 됐다는 주장은 학계에서도 꾸준했다. 그런데도 지금껏 공개 거론을 자제해 온 것은 북쪽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08년 3월 김태영 합동참모본부 의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제 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섣부르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반전 계기는 이듬해 생겼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연거푸 일으키자 대북 강경 기류와 함께 사전 공격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쏴 올린 데 이어 3차 핵실험까지 예고하면서 올 들어 위기감이 크게 고조됐고 이에 편승해 선제 타격 불가피론이 떠올랐다.
하지만 회의론과 신중론도 만만찮다. 먼저 선제 타격을 하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무기로는 표적 탐지부터 타격까지 모두 불가능하다. 북한 핵실험 직후 군 당국이 군사용 정찰위성과 장거리 함대지ㆍ잠대지 미사일 등 전력 보강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과거 한 곳에 모여있던 북한의 핵시설이 전역으로 흩어지고 핵무기를 실어 나르는 이동식발사대도 많아지면서 정밀 타격은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또 이 때문에 선제 타격이 실패라도 한다면 확전(擴戰)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선제 타격 뒤 국제 사회를 상대로 정당성을 입증하기도 까다롭다. 현재 유엔은 헌장 51조에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남용을 우려해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제공격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 상대의 보복과 더 큰 무력도발을 정당화시켜 줄지 모른다는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선제공격은 중견국가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적절한 군사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제 타격 공언이 위기의 강도를 증폭시킬 위험성도 있다. 안보를 위한 조치가 상대의 반작용을 불러 자신의 안보를 외려 위태롭게 만드는 '안보 딜레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선제 타격은 개전(開戰)을 뜻하는 만큼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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