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숙제를 털어냈다. 그것도 단 두 달 만에 해결해냈다. 시장은 환호했고, 이는 주가상승으로 나타났다. 17일로 취임 2개월을 맞는 '해결사' 조환익(사진) 한국전력 사장 얘기다.
지난해 12월17일 조 사장이 취임했을 때 상황은 최악이었다. 우선 전임 사장의 '돌직구'스타일로 인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관계는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었다. '소방수'격으로 조 사장이 긴급 투입됐지만, 기본적으로 '정권 말 공기업 사장'이라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게다가 전력사정은 '블랙아웃'우려가 나올 만큼 살얼음판이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취임 직후 전기료 인상(4%)을 이끌어 내더니, 전력상한가격제 도입과 전기료 누진제 개편 등 한전의 오랜 숙원과제들을 거침없이 돌파해 냈다.
한전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팔고 있고, 이로 인해 전력낭비와 한전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지만, 번번이 물가불안과 서민부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 작년 8월 이미 한 차례 전기료를 올린 터라, 사실 추가인상은 기대하기도 힘들었던 상황. 하지만 조 사장은 취임 한 달도 못돼 전기요금 4% 인상을 관철시켰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기단가체계를 바꾸는 것도 한전의 오랜 숙제. 한전은 전력난이 심화될수록 민간 화력발전소의 이익은 늘어나는 잘못된 현행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줄기차게 '전력가격상한제'도입을 주장해왔지만 항상 공염불로 끝났다. 조 사장 취임 후 정부는 전력가격상한제를 사실상 승인했고,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전기료 누진제 축소에 대해서도 지경부가 "2014년 이전에 시행하기는 어렵다"던 당초 입장을 바꿔 상반기 중 개편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전임 김중겸 사장도 전기요금 정상화와 한전 적자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너무 '강공일변도'로 가는 바람에 지경부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전기료인상을 놓고는 몇 달씩 힘겨루기를 벌였고, 정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누진제 개편방침을 발표하는가 하면, 같은 공공전력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무려 4조원대 소송을 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화는 단절되고 갈등은 누적되면서 지경부와 한전은 사실상 '소통불능'상태가 됐고, 결국 현안은 하나도 해결되지 못한 채 김 사장도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조 사장은 취임 후부터 정부와 대화채널복원에 주력했다. 어차피 전기료 현실화의 필요성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대결보다는 대화가 훨씬 실용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산업자원부(현 지경부) 차관까지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 때문에 일각에선 "지경부 관료들이 민간출신인 전임 사장에 대해선 사사건건 발목을 잡다가 선배(조 사장)가 오니까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한전 주변에선 "관료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대화와 설득의 결과다. CEO는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묵은 현안이 해결되면서 시장의 시선도 바뀌었다. 전체 코스피 지수 하락에도 불구, 한전 주가는 조 사장 취임 후 오히려 상승(12월17일 2만8,650원→2월13일 3만1,200원)했으며, 한때 3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조 사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력 에너지 산업인 만큼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도록 항상 소통할 것"이라며 "안정적 전력 공급임무 완수가 최우선 과제이고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해외진출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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