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핵실험 등을 감시하는 국제기구인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와 미국, 일본이 12일 측정한 북한의 3차 핵실험 규모는 모두 진도 5.0 이상이다. 폭발력으로 환산하면 대부분 10킬로톤(ktㆍTNT 1만톤 폭발력)이 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심지어 독일 정부 산하 연방지질자원연구소는 13일 북한의 3차 핵실험 폭발력이 40킬로톤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 핵폭탄의 폭발력을 6~7킬로톤으로 낮게 추정하는 것과는 적잖은 차이가 난다.
폭발력 10킬로톤은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으로 통한다.
이는 또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HEU)을 원료로 사용하는 원자탄보다 100배 강력한 수소폭탄 제조에 다가설 수 있는 기술적 수준으로 여겨진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보유국을 일컫는 핵클럽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최소 10킬로톤 이상의 폭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10킬로톤의 기준을 넘기 위해서는 증폭핵분열 기술이 필수적이다. 핵분열 물질 중심에 채워진 수십~수백g의 이중수소, 삼중수소가 폭발 과정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해 중성자를 만들고, 중성자가 다시 추가 핵분열을 유도해 핵무기 위력을 3~4배 높이는 방식이다.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 1998년 이후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탄두의 폭발력을 비약적으로 늘려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6~7킬로톤의 폭발력만으로도 북한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며 "만약 10킬로톤을 넘긴 것이라면 완전한 성공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2일 북한 핵실험의 규모를 진도 4.9, 폭발력 6~7킬로톤으로 발표한 것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2006년과 2009년 1ㆍ2차 핵실험의 경우 북한 지진파의 진도를 각각 3.8, 4.5로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측이 측정한 수치 4.2, 4.7에 비해 모두 낮다. 이후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미국 측의 자료가 정확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 계산법에 의하면 진도가 0.2 높아지면 지진의 강도가 2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1ㆍ2차 핵실험 모두 우리 정부는 북한 핵폭탄의 폭발력을 미국에 비해 절반 이하로 저평가한 셈이다.
그 원인으로 지진파 감쇄에 따른 보정 작업이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진파 경로에 있는 지각의 성질에 따라 정밀한 보정 작업을 거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한반도 전체 평균치를 대입해 지진 규모를 산출한다. 국제기구인 CTBTO의 경우 한반도뿐 아니라 전세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진파의 규모를 입체적으로 계산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진 규모는 '10㎞ 떨어진 곳에서 측정 바늘이 1㎜ 움직일 경우 진도 3.0으로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각국이 사용하는 공식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강도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웨덴 국방연구원은 지난해 한 논문을 통해 풍계리 주변의 방사성물질 데이터를 제시하며 북한이 2010년 HEU를 이용해 두 차례 소규모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시 지진파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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