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에 자극 받은 일본 우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분쟁에 이은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집단적 자위권을 비롯한 재무장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잠잠했던 핵 보유론이 재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동북아 핵도미노 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적 기지 선제공격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다른 수단이 없을 때에 한해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이 인정하는 자위권 범위에 포함된다"고 대답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선제공격용 장비 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우익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핵 시뮬레이션(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가상 훈련)은 실시하고 있다"며 일본도 핵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시하라 대표가 이 같이 주장한 것은 정치권의 급격한 우경화와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제3당으로 등극한 일본유신회는 후보의 77%가 일본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답할 정도로 우익 성향이 강하다. 자민당은 지난해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에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추가, 핵무장 가능성의 길을 열기도 했다. 일본이 원전 비중을 줄이겠다면서도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공장의 플루토늄-우라늄혼합산화물(MOX) 분말을 계속 제조키로 한 것도 핵무기 제조 원천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중국 등 주변국들은 일본의 재무장화를 경계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중국 외교부가 "각국이 냉정을 유지해 사태가 악화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관영 신화통신은 13일 일본이 북한의 핵실험을 기회 삼아 군비를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신화통신 보도가 아니라도 북한의 핵실험이 일본의 핵무장을 자극하고 이것이 한국과 대만의 핵무장 요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시하라 대표 조차 핵무기가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는 12일 "전략 병기라면 주변 국가의 빈축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핵무기 대신 전략무기의 개발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전문가는 "일본의 핵무장이 한국, 대만 등 주변 국가의 핵무장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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