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북한이탈 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가 다음달 개교 10주년을 맞는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이 학교 교장 임향자(57)씨가 2003년 3월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의 기숙사 시설과 지원금 등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세운 게 출발이었다. 탈북 청소년의 진학 수요가 많은 서울까지 확장해 10년을 이끌어 왔다.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에서 만난 임씨는 "10년이 1년처럼 느껴질 만큼 치열하게 운영했다"며 "성과보다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북한과 탈북 청소년을 조금씩 알아 온 게 더 큰 의미"라고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그는 1995년 대홍수로 식량난을 피해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참상을 보고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쳤지만 갈 곳 없는 탈북 청소년 6명에게 고려신학대학원 기숙사에 거처를 마련해 주고, 교사를 모집해 가르치게 했다. 이게 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였다.
하늘꿈학교 학생은 휴학생 7명 포함해 총 67명. 검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운영하는 중·고교 과정과 대학에서 필요한 논술, 토론 및 발표, 영어 등을 가르치는 대입 준비과정에 다닌다. 학생들은 최소 1년간 각 과정을 공부하되 중급 이상의 실력이 갖춰지면 상급 과정으로 올라간다.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학생 4~8명과 교사 1명이 한 집에서 산다. 입학을 원하는 탈북 청소년들은 한 달간 함께 생활해 보고 공부할 의지가 없거나 불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은 걸러낸다. 이 때문에 지원자의 20% 정도가 입학이 불허된다. 입학하더라도 오전 7시 기상, 오후 11시까지 귀가 등 내부 규율을 지키지 않아 경고가 누적되면 탈락한다.
이런 엄격한 규정 탓에 10년간 입학생 340명(재학생 67명 포함) 중 졸업자는 113명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대부분 성공적이다. 졸업자 중 100명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중앙대 등에 특례 입학했다.
공동 생산·분배에 길들여져 노력하지 않고 처음엔 눈치에 익숙하던 학생들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공'한다. 임씨는 "성실, 정직, 배려 등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하나씩 배워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엔 대학 졸업 후 은행 병원 등에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선배들이 생기자 "다시 공부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학생들도 꽤 된다. 임씨는 청년실업난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해 6월 학교 1층에 직업훈련센터를 개설했고, 대입 과정 학생들이 대학 선택 전 1개월간 원하는 직업을 체험하는 실습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가 탈북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건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에 따라 통일이 앞당겨진다고 믿어서다. 최근엔 일반인들의 탈북 청소년 이해를 돕기 위해 학생 수기와 학교 운영 사례를 모은 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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