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가 실제 가구소득에 비춰 해마다 낮아져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포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13일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방식을 (현행) 절대빈곤 기준에 의한 계측방식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골자로 한 인수위의 빈곤대책은 19~20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3년마다 주거비, 식료품비, 의료비, 가구집기 등 372개 품목의 가격을 실측하고, 실측을 하지 않는 해에는 물가상승률을 자동 적용해 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1999년 근로자가구 중위소득 대비 45.5%였던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2003년 중위소득의 38.5%로 떨어졌고 2008년에는 34.8%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수급대상이 정해지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의 범주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최저생계비 이하를 버는 가구의 비율인 절대빈곤율은 그대로인데도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시스템은 강화돼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는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중위소득의 50% 정도로 상대빈곤선을 정하고 이에 맞춰 최저생계비를 정하는 방식을 수년째 요구해왔다.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도 2010년 최저생계비 실계측 당시 상대빈곤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상대빈곤기준으로 계측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내비쳤으나 결국 인수위에서 예산부담을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상위계층 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 120%에서 중위소득 50%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허 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최저생계비가 최저생존수준에도 못 미치는 의미없는 기준이 될 가능성 높다. 일반가구소득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차상위계층 선정기준에 상대빈곤기준(중위소득 50%)을 도입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을 바꾸지 않은 것은 한계"라며 "예산부족을 이유로 왜곡된 기초연금 도입이나 4대 중증질환 급여확대 공약처럼 이들 공약도 더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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