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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이웃원수!

입력
2013.02.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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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62)씨는 지난 7년간 누수와 소음에 시달렸다. 윗집이 베란다 확장공사를 한 뒤부터 김씨 집 베란다와 안방 천장에 물이 줄줄 흐른 것이다. 장마철이면 벽지가 썩어 악취가 진동했고 심한 곰팡이 탓에 부인은 피부병까지 걸렸다.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청했지만 "이사 가지 않는 한 합의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참다못한 김씨는 지난해 1월 내용증명을 보내 보수공사를 독촉했다. 웃는 낯으로 양해를 구하던 윗집 주인은 이때부터 달라졌다. 같은 해 8월 항의하러 올라갔다 몸싸움 과정에 김씨에게 밀려 다친 윗집 주인이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12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상해죄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는 결국 전과자가 됐다.

지난 설 연휴 층간소음이 발단이 된 살인ㆍ방화 사건 이외에도 누수ㆍ주차ㆍ쓰레기ㆍ눈 치우기 문제 등으로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분쟁이 셀 수 없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사소한 갈등이지만 감정이 쌓이다 보면 언제든 범죄로 비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13일 서울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관내 H아파트 일대는 악명 높은 주차 민원 다발 지역이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이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밖 이면도로 주차금지 구역에 차량을 세우자 인근 주택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주민간 실랑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잦은 곳이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접수된다"며 "다투는 주민들을 말리러 직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는 이곳뿐 아니라 마포구의 S아파트 주변을 비롯해 주차 갈등으로 민원이 폭발하는 지역이 허다하다. 주차갈등은 강력범죄로도 이어져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는 주차 시비로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2011년 부산에서는 이웃의 차량 타이어를 4차례나 펑크 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공동주택에서는 쓰레기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입주민과의 갈등이다. 경기 수원시 한 빌라에 거주하는 이모(35)씨는 "여러 차례 좋게 말을 했는데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한 남성 입주자를 고발하는 대자보를 붙일까 생각 중"이라며 "혹시 해코지를 당할까 두렵기도 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웃간 갈등이 각박한 경쟁 속에서 이웃과의 돈독한 관계가 인간관계의 후순위로 밀려난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진단한다. 여기에 갈등을 조율할 주체가 없는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는 "공동체의 구성요소로 장소ㆍ소통ㆍ유대감을 꼽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역설적으로 가까운 이웃과의 접촉이 오히려 줄어들어 공동체 의식은 약화했다"며 "이웃을 중요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아 갈등이 폭력으로 비화하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김선혜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은 "예전 지역공동체에서는 어른이 다툼을 조율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논리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며 "자치적인 중재 기구를 두는 등 해결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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