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황은 퇴위를 선언하며 “고령으로 교황 역할을 수행할만한 힘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고 했지만 명목상의 해명인지, 말 그대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논란은 교황청이 12일 “교황의 퇴위는 종교적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추기경 시절인 10년 전부터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고 3개월 전 박동기 배터리 교체를 위해 수술을 받았다”는 이탈리아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이는 일상적인 일이며 교황이 직무를 수행하기 힘든 질환을 앓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퇴위 결정을 ‘용단’이라고 평가한다.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연루, 교황청 내부문건 유출 등 악재가 잇따르자 자신이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바티칸 전문가 파올로 로다리는 이탈리아 일간 일폴리오와의 인터뷰에서 “복합적 위기를 겪던 교황이 지난해 최측근인 집사가 연루된 문서 유출 사건까지 터지자 자신이 상황을 수습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절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성직자들의 비행을 다스리는데 실패한 교황이 스스로 물러나며 누구도 언제까지 자리에 머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의 퇴위가 교황청 내 권력 암투와 관련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레 세라는 교황이 지난해 문서 유출 사건의 내막을 알고 퇴위를 결심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교황이 당시 가까운 추기경 3명에게 사건 조사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는 내부 음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황은 13일 퇴위 발표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와 “교회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순절(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40일 기간)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신자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일반 알현을 가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택은 오로지 나의 자유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며 “나와 새로 선출될 교황 그리고 교회를 위해 계속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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