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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고기

입력
2013.02.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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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말고기 햄버거' 소동에 어릴 적 기억이 났다. 쇠고기가 유난히 질기면 어른들은 "말고긴가?"라고 의심하곤 했다. 요즘처럼 쇠고기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질 낮은 말고기를 속여 파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1960년대만 해도 말이 끄는 수레가 도시에서도 수송수단 노릇을 했다. 그 근육질 짐승도 늙어 용도가 다하면 도살해 고기를 팔았을 터이니, 질기고 맛없는 쇠고기를 말고기로 의심할 법도 하다.

■ 그러나 말고기는 원래 쇠고기보다 약간 부드럽고 단 맛이 난다. 지방질이 조금 더 많지만 식용으로 크게 손색이 없다. 특히 말은 소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고기가 질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뿐 아니라 여러 문화권에서 말고기를 기피한 것은 소나 돼지보다 사람과 가까운 반려(伴侶)동물이란 인식이 작용한 듯하다. 서양에서 개고기를 금기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 유럽에서는 8세기 교황청이 말고기 식용을 칙령으로 금지했었다. 유대교도 소나 양처럼 되새김질하는 반추(反芻)동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기로 돼 있다. 그 배경에는 종교적 이유와 함께 군마(軍馬)와 수송수단의 중요성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소나 돼지보다 풀과 곡식 사료를 먹는 양에 비해 고기 생산이 적은 게 크게 작용했다. 그런 가운데도 용도 폐기된 말을 식용하는 관습은 널리 퍼져있었다. 프랑스혁명시대에는 상류층 신분을 상징하던 말을 잡아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한다.

■ 오늘날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에서는 대개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칸디나비아 동구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는 훈제 소시지와 스테이크 등으로 즐겨 먹는다. 일본에서는 '말 사시미'가 별미 음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 호주 등은 유럽과 일본 등에 해마다 몇 천 톤씩 말고기를 수출한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500만 마리, 100만 톤이 알게 모르게 유통된다. 말고기 햄버거 소동은 이런 현실에 숨겨진 위선과 탐욕이 뒤늦게 드러난 사건인 셈이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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