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간 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지어 선물하기 26년째. 김수연(67) 목사는 많은 사람들에게'책 할아버지'로 통한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마라도까지 전국에 개설한 도서관이 300개다. 건강 때문에 잠시 쉬었다 지난해부터 다시 도서관 운동에 복귀한 그는 최근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새로운 독서 프로그램 준비에 분주하다.
최근 서울 논현동 작은도서관 본부에서 만난 김 목사는 "아이들이 무릎교육을 받을 수 있고 노년층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봉사 할 기회를 준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냐"고 새 독서 사업의 의미를 말했다.
"EBS와 송파구가 추진하는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일단 30명을 뽑아 3월부터 교육을 시작하면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눈높이 독서 교육을 펼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1세대와 3세대가 만나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김 목사는 '좋은 책 읽기 가족모임'을 발족해 1987년부터 도서관 조성사업에 나섰다. 그것도 모자라 2005년 말부터 사년 쯤은 책버스를 꾸려 전국을 돌기도 했다. "버스 4대에 책을 가득 싣고 단풍축제니, 빙어, 산천어 축제니, 축제란 축제는 다 다녔어요. 휴양지까지 버스를 몰고 가서 책을 보도록 했는데, 놀거리가 많은 그런 곳에서도 책버스가 가면 축제 현장이 돼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특별기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단독 인터뷰를 해내는 등 '불도저' 별명의 방송기자였던 그는 그 해 화재로 작은 아들을 잃고 이어 일가 어른들이 잇따라 비명횡사하면서 종교에 기댔다. 기자생활을 접은 뒤 신학대학을 다녔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강남에 작은 교회를 꾸렸다. 독서운동을 시작한 것은 유난히 책을 좋아 했던 먼저 떠나 보낸 아들의 영향이 컸다. 살고 있던 서울 강남구에서 사재를 털어 도서관을 운영하다 1998년 구에 무상기증했다. 그 도서관이 강남구 첫 구립도서관이다. 현재 그가 대표로 있는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강남구에서 13개 도서관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보다 운영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작은도서관 운영 진단 및 컨설팅 지원 연구'를 했는데 전국 3,000여 시설 중 상당수가 운영이 제대로 안되고 있었다"며 "보조금만 타먹거나 운영을 방치한 곳이 꽤 되더라"고 말했다. 도서관 만들기와 리모델링 사업을 병행하며 다시 도서관 점검 작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산간벽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대회와 독서 특강, 작가와의 만남, 음악회 등을 진행하며 지금까지 50억원이 넘는 사재를 털었다. 빚을 질 때도 있었지만 책 기증이나 개인 후원금,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맥킨지, 스타벅스코리아 등 기업 후원이 큰 힘이 된다.
2004년 강원 평창에 집을 지어 살고 있는 김 목사는 거기서도 도서관을 지으려고 준비 중이다. "평창은 한 해 4만명 이상이 찾는 휴양지예요. 노후에도 계속 책 읽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 만들었죠. 산천어와 버들치가 있는 곳에서 자연학습도 하고 책도 보면 좋잖아요. 책을 읽는다는 건 인간을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행위입니다. 고향인 경북 안동에 학당도 하나 만들어 볼까 합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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