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훌륭한 인재 양성으로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해 8월 일평생 모은 재산 100억원을 연세대에 기부한 고 김순전(91)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13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장례예배엔 정갑영 연세대 총장과 교수, 학생 등 80여명이 참석해 고학생(苦學生)을 살핀 고인의 뜻을 기리고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정종훈 연세대 교목실장은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몸소 실천하신 분 이었다"며 "고인의 기부금으로 공부하게 될 학생들 역시 이 같은 고인의 생각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이라고 추도했다. 한정호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추모사에서 "연세대와 어떤 일면식도 없었지만 학생들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한 고인의 선행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배 중간에 외아들 강재곤씨는 하얀 장갑 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라'고 하셨던 할머니 말씀을 깊이 기억하겠다"던 손녀딸 강지은씨는 떨군 고개를 쉽사리 들지 못했다.
고인은 지난해 8월 14일 주택ㆍ상가 등 부동산 4건의 소유 지분과 예금 등 100억원대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했다. 장학금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였다. 한국 전쟁 때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서울에 정착한 뒤 구멍 난 속옷은 기워 입는 등 누구보다 검소한 삶을 살면서 장사와 부동산 매입 등을 통해 억척스럽게 모은 전 재산이었다. "근검절약 그 자체였다"는 말로 어머니를 떠올린 아들 강씨는 "20여년 전부터 장학금을 만들어 돈 없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종종 말씀하셨다"고 했다.
전날 빈소를 찾은 고은천 총학생회장은 "나눔이란 고인의 아름다운 뜻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며 "할머니 덕에 공부를 하게 된 많은 학생들은 고인의 뜻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다음 학기부터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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