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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거센 女風… 홍상수, 황금곰상 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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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거센 女風… 홍상수, 황금곰상 안을까

입력
2013.02.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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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베를린영화제 초반을 장식했다.'(Women headline Berlin film fest's breakout hits).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대한 10일 AP통신의 평가다. 반환점을 돌아 종착점(17일 폐막)을 향해가고 있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성문제를 다루거나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 경쟁부문 주요 상들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나온다. 지난해 칸영화제가 단 한 명의 여성 감독도 경쟁부문에 초청하지 않아 프랑스 여성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과는 비교된다.

자아 찾는 여성 스크린 중심에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현재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작품은 칠레영화 '글로리아'(감독 세바스찬 렐리오)이다. 60대 이혼여성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자아 찾기를 그린 이 영화는 대담한 노년의 성 묘사와 경쾌한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 영화 '수녀'(감독 기욤 니클루)는 18세기를 배경으로 수녀원의 통제된 삶에 의해 고통 받는 한 소녀의 모습을 통해 여성의 종교적 억압을 비판해 주목 받고 있다. 남아프리카ㆍ독일 합작영화 '라일라 포리'(감독 피아 마라이스)는 어린 아들과 현실을 견뎌야 하는 한 여인의 고난에 찬 홀로서기를 감성적 연출로 그려낸다. 프랑스 영화계의 대가 브루노 뒤몽 감독의 '카미유 클로델 1915'는 로댕의 연인이자 여성 조각가로 유명했던 카미유 클로델의 정신지체자 수용소 생활을 그리며 억압 받는 현대 여성의 초상을 구현한다. 여성감독이 연출한 영화 3편의 경쟁부문 진출도 이번 영화제의 화제거리다. '그 이름으로'의 말고스카 즈보스카 감독, '나의 길에서'의 엠마누엘 비코 감독, 피아 마라이스 감독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우먼파워를 대변하고 있다.

영화를 통한 정치적 발언을 마다하지 않은 베를린영화제의 전통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영화제는 이란 정부로부터 영화연출을 금지 당한 채 가택연금 상태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공동 연출작 '닫힌 커튼'을 경쟁부문에 초대됐다. 이란 정부의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홍상수 감독에게 유리한 구도

13일까지 19편의 경쟁작 중 14편이 언론에 공개됐으나 '글로리아'를 제외하면 범작 수준을 못 넘는다는 평가다.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12일 펴낸 영화제 일일 소식지 평점에 따르면 '글로리아'는 3.4점(4점 만점)을 받아 11일까지 기자시사가 끝난 11편의 작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글로리아'는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손에 쥐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으로 여겨진다. 13일 상영한 '닫힌 커튼', 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부가적 효과', 프랑스의 대가 브루노 뒤몽의 '카미유 클로델 1915'에 대한 객석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홍 감독의 작품은 15일 오전 공개된다. 영화제 기대작들을 후반에 배치하는 관례나, 지난해 베를린에서 홍상수 감독 회고전이 독일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점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홍상수 감독은 여러 차례 주요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이번엔 수상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좀 더 기대할 만하다"고 점쳤다.

베를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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