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또 다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소방관은 응급처치를 전담하는 구급대원이었지만, 인력이 부족해 화재 진압과 잔해 수색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해 12월 고 김형성(43) 소방위와 의무소방대원 김상민(22) 상방에 이어 두 달 여 만에 경기북부지역에서만 3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13일 새벽 4시 15분쯤 경기 포천시 가산면 금현리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 나 진화작업을 벌이던 가산 119소방센터 윤영수(34) 소방교가 숨졌다. 이날 불은 공장 2개 동 528㎡와 내부 기계 등을 모두 태워 1억4,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숨진 윤 소방교는 구급대원으로 화재 부상자들을 응급 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2차 업무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날 윤 소방교는 소방 인력이 부족하자 직접 진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모두 28명이었지만 실제 진화 요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지휘관과 통제요원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가 진화에 나서야만 했다.
화재 진압 후 인명 구조를 위한 잔해 수색작업에까지 참여한 윤 소방교는 창고 건물 벽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윤 소방교를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오전 7시 9분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진화에 참여한 한 소방관은 "큰 불길을 빨리 잡아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보직에 상관 없이 모두가 불 끄는 데 투입되는 것이 지금의 소방 현실"이라며 "윤 소방교도 앞뒤 가리지 않고 진화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12월 임용된 윤 소방교는 2011년 5월 결혼해 부인(29)과 이제 막 100일이 지난 아들을 두고 있다. 동료들 사이에서 그는 어머니(63)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인데다 시간 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찍은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늘어놓는 '아들 바보'로 통한다. 맡은 일에 대해 남달리 성실했던 그는 2008년 소방서장상과 지난해 포천시장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소방관이었다.
포천소방서는 숨진 윤 소방교를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빈소는 포천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15일 포천소방서장으로 치러진다.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한편 최근 5년 사이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의무소방대원을 포함해 5명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전국적으로는 같은 기간 모두 37명의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었다.
포천=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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