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강하게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다."
정부 수립 이후 한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양정모(60)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레슬링 퇴출 소식에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12일 IOC집행위원회 결정을 접한 양 이사장은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는 "체급을 줄인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고대 올림픽에서부터 포함된 레슬링이 제외될지는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양 이사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아직 퇴출된 게 아니다. 절대 기 죽으면 안 된다. 우리 레슬링은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는 박장순 자유형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후배들이 의기소침 해지면 안 된다. 절대 기 죽지 않게 만전을 기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안 그래도 선수가 부족하고 얼마 안 되는데 흔들리면 안 된다. 기가 죽으면 승부에서 진다는 이야기"라고 경계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자유형 62㎏에서 금메달을 딴 양 이사장은 '레슬링이 재미 없어졌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그는 "예전에는 레슬링이 종합 점수제였다. 하지만 세트제로 바뀌면서 루스해 진 경향이 있다"며 "이전에는 점수를 많이 따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세트제 승부기 때문에 한 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개인적으로 투기 종목에 세트제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금은 '레슬링다운 레슬링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판 판정 시비에 대한 논란도 인정했다. 그는 "심판이 봐도 승자와 패자가 정확하게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해'투명하고 다이내믹한 레슬링'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갖가지 문제들이 부각되면서 레슬링이 재미없어 지고 관중 동원도 예전만 못하게 됐다. 이전처럼 다이내믹한 경기를 선보인다면 레슬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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