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관련, "새 정부가 추구하는 신뢰 프로세스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성의 있고 진지한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함께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대통령직인수위 관계자들과 북한 핵실험관련 긴급회의를 갖고 "우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도발로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당선인이 강한 어조로 북한 당국을 비판하면서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상시적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 대북 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당분간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도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대북 정책 구상이) 옛날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북 정책 공약이 '비핵화'를 전제로 설계된 것인 만큼 일정 부분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출범과 동시에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유화책보다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강경책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이날 "6자 회담 당사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인수위 안팎에선 현재 우리 정부 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없는 만큼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카드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큰 점을 활용해 북핵 문제의 해법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경일변도의 대북 정책으론 현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만큼 정권 초 대북 정책의 수위 조절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채찍과는 별개로 대화 의지를 계속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예고를 전날 밤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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