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저격수의 인터뷰가 처음 공개됐다.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찾아 사살하는데 걸린 시간은 15초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저격수는 에스콰이어 3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숨어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작전을 상세히 설명했다. 2011년 5월 그를 포함한 네이비실 팀원들은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 15명이 잠들어 있던 1층에서 빈 라덴의 측근과 아내 중 한 명을 사살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저격수는 그 곳에서 빈 라덴을 만났다. 그는 팀에서 대여섯번째 위치인데 동료들이 다른 상황을 정리하느라 빠지는 바람에 홀로 빈 라덴을 마주했다.
빈 라덴과 함께 있던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이 망꾼이 비명을 질렀다. 저격수는 "빈 라덴을 처음 본 순간 마르고 키가 매우 크며 수염이 아주 짧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저격수는 빈 라덴이 자신보다 10인치(약 24㎝)는 컸으며 조준하기 위해 총구의 각도를 올려야 했다.
빈 라덴은 혼란스러워 보였으며 가장 젊은 부인 아말의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고 있다가 앞으로 밀었다. 저격수는 "빈 라덴이 부인을 방패로 삼았을 수도 있었다"며 "아말이 자살폭탄 조끼를 입었는지, 둘 다 순교하려고 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빈 라덴이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의 선반에 AK-47 소총이 있었다"고 말했다. 저격수는 "그가 자살하지 않도록 머리에 총을 두 번 쐈는데 두 번째 총격을 할 때 빈 라덴이 침대 앞 바닥에 쓰러졌고 나는 같은 곳에 한 번 더 쐈다"고 말했다. 3층 작전이 끝나기까지 15초 정도가 걸렸다.
이 저격수는 열아홉 살 때 실연한 뒤 홧김에 해군에 지원했고 지난해 9월 은퇴할 때까지 16년간 복무했다.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건강보험도 없는 신세가 됐다. 근무 연한 2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도 받을 수 없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나를 버렸다"며 "정부가 맥주트럭 운전사 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했는데 마치 마피아의 밀고자처럼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을 사실한 경험은 나의 최고의 경험일 수도, 최악의 경험일 수도 있다"며 "나는 완전히 소진됐으며 총을 손에 쥐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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