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여파 끝났지만 수입 삼겹살 아직도 창고에.. 수요부진 겹쳐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금겹살’이라 불리던 돼지고기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졌다.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가격이 꿈쩍도 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지만, 양돈 농가는 추락하는 돼지고기 가격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2일 대한한돈협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9일 탕박(털을 제거한 고기) 기준 1㎏ 당 5,379원이었던 돼지고기 도매 가격이 올해 2월 8일에는 2,865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양돈 농가는 ㎏당 약 4,000원 정도인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납품을 하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양돈농가가 힘들게 키운 돼지를 마리당 10만~12만원의 손해를 보며 출하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9월부터 도매가격이 ㎏당 3,000원대로 떨어졌는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생산비 이하로 출하되다 보니 양돈농가의 고통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생산비 이하인 상태로 6개월 간 지속된 것은 10년래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 동안 돼지고기 가격이 이렇게 심각한 부침을 겪게 된 것은 2010년 말부터 2011년 봄까지 계속된 구제역 탓이 크다. 이 때 전국의 돼지 3분의 1이 살처분되면서 2011년 한 해 동안 돼지고기 가격은 ‘금겹살’이라 불릴 정도로 치솟았다. 도매가격이 ㎏당 7,000원대로 폭등하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무관세로 삼겹살을 수입했다.
문제는 돼지 재입식이 시작돼 국산 돼지 공급이 정상화된 지난해에도 무려 27만톤이 수입됐다는 것. 수입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대부분인데, 이때 수입된 삼겹살 양은 돼지 1,200만마리를 도축했을 때 나오는 분량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도축되는 돼지가 1,400만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1년치 공급량이 수입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수급전망은 생각하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수입을 늘리는 바람에 가격폭락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공급과잉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요부진까지 겹쳤다. 지난해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내수 부진이 심각했던 해였던 데다 식당에서 돼지고기 메뉴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원인이 됐다.
가족 나들이가 많은 봄철에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는 것이 현재 양돈 농가의 유일한 희망이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예상보다 출하 두수가 많고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가격이 크게 오르기 어렵다”면서 애초 3,700~4,000원으로 전망했던 3~4월 가격 전망을 3,400~3,700원으로 낮췄다.
양돈 업계는 자체적으로 사육 두수를 줄이고 정부에 수매 확대와 사료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타개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돈협회는 14일 돼지가격 안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협회 가입 농가가 모돈(어미돼지)을 10% 감축하고 크기가 작은 자돈(아기돼지)은 조기 도태시키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