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 슈퍼스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손흥민(21ㆍ함부르크)을 자신의 후계자로 공인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시즌 8ㆍ9호 골을 잇달아 터트린 손흥민은 12일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가 선정한 2012~13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MVP에 뽑혔다. 한국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차 감독 이후 처음이다.
1980년대 독일 축구를 뒤흔들었던 '차붐 돌풍'을 연상시키는 기세다. 차 감독도 견해를 같이 했다. 그는 손흥민을 자신이 이룩한 업적을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 25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한 차 감독은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손흥민의 맹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손흥민의 경기를 지켜보면 (젊은 시절)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나이에 그와 같은 활약을 펼치는 것을 고려할 때 나를 뛰어 넘을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기술도 좋고 골도 잘 넣는다. 정말 대단하다"고 격찬했다.
차 감독은 한국 축구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할 시절 유럽 최고 리그였던 분데스리가에서 전설을 만들어냈다.
한국 축구가 낳은 '1호 월드 스타'가 바로 차 감독이다. 1979년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고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그는 1989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은퇴할 때까지 308경기에서 98골을 터트렸다. 이 기록은 1999년까지 외국인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기록한 최다 득점 기록으로 유지됐다. 또 1985~86 시즌 레버쿠젠에서 터트린 17골은 아시아 선수가 작성한 독일 분데스리가 시즌 최다 골 기록으로, 26년이 지난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컵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1980년대 세계 최고 리그였다는 점에서 차 감독의 업적은 더욱 빛난다.
이런 차 감독이 주저 없이 "나보다 뛰어난 성적을 남길 것"이라고 손흥민을 추켜 올리고 있다. 손흥민의 현재 활약과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차 감독은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외국인 선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손흥민의 투지와 체력을 높이 평가했다.
손흥민이 보이고 있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온도 차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손흥민은 A매치에서 좀처럼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해왔다. 그러나 차 감독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대표팀에 가끔씩 가서 경기하는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 모든 경우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손흥민이 좋은 선수이고 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시간이 가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은 이적과 관련해서 신중한 선택을 내릴 것을 당부했다. 그는 "어리기 때문에 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팀에서 좀 더 경험을 다진 후에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본인이 자신 있어 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또 손흥민이 꾸준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신적 안정이 첫 번째라고 충고했다. 그는"경기를 하다 보면 잘 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다. 한 경기에 좌우되지 말고 목표를 잡아서 꾸준히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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