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호텔 일대는 교통량이 많아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상습정체지역이다. 이 두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유입되는 차량은 하루 평균 1만2,700여대. 쇼핑을 하려는 고객들이 탄 승용차와 택시,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 등이 4차선 도로 가운데 2차선까지 차지해 직진 차량들이 통과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 일쑤이다. 특히 세일 기간이 되면 백화점 주변은 몰려드는 차량으로 사실상 주차장이 돼 버려 도로의 기능을 상실할 정도다.
피해는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2009년 기준으로 서울시 전역에서 교통혼잡으로 발생하는 시간 손실과 차량운행비 증가 등을 환산한 비용은 무려 7조5,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정부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라 도심교통 유발 원인이 되는 건물의 소유자에게 교통유발부담금이란 명목으로 혼잡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교통유발부담금은 건물의 연면적에 1㎡당 350원(3,000㎡ 이상 건물은 1㎡당 700원)의 단위부담금과 건물의 특성에 따른 교통유발계수를 곱해 산정한다. 서울의 경우 교통유발계수는 공장이 0.47로 가장 낮고, 백화점이 9.83으로 가장 높다.
이런 기준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해 8만5,989개 건물에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은 총 1,028억원. 그러나 실제 거둔 금액은 882억원에 불과했다. 교통을 유발하는 건물이 교통량을 줄이는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부담금을 감면해주도록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지난해 교통유발부담금 3억8,100만원을 부과받았으나 직원들의 승용차 이용제한(10%), 주차장 축소(11.1%), 이용자(고객)에 대한 대중교통보조금 지급(9.9%), 업무택시제 운영(22.2%), 건물주변 교통환경 개선(8.9%), 대중교통 홍보(2.6%) 등의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인정돼 무려 65.9%(2억5,100만원)를 감면받아 1억3,000만원만 냈다. 이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의 추정 매출 규모인 1조7,000억원의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교통유발부담금 부과 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교통유발부담금의 단위부담금을 현행 1㎡당 35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제도가 도입된 1990년 이후 20년 이상 동결된 단위부담금은 교통량 억제 효과가 떨어져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수히 제기됐으나 유통업계의 반발 등으로 번번히 무산됐었다.
부담금 감면 혜택을 주는 교통량 절감 프로그램도 도마위에 올랐다. 백화점 등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용차 함께타기’, ‘승용차 부제’등을 운영할 경우 일정 비율 부담금을 감면해줬으나 실제 직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19개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 중 효과가 미미한 프로그램을 통ㆍ폐합해 총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량 절감 프로그램의 이행 내역을 확인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고객들에게 대중교통이용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백화점의 사은품 등 마케팅수단으로 악용돼 관련 프로그램을 대폭 정비했다”며 “그러나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단위부담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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