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웹진문지문학상에 김솔(40)의 단편소설 '소설 작법'이 선정됐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주관하는 이 문학상은 등단 7년차 미만의 젊은 작가에게 주는 단편소설상이지만, 이장욱 조선대 문예창작과교수, 김태용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등 이미 문단 안팎으로 '검증'을 마친 젊은 문인들이 수상해왔다. 지난해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씨의 수상은 다소 이례적인 일인 셈. 심사위원들은 "갓 등단한 신인작가답지 않게 여러 소설적 기교에 통달해보였고 대형급 신인 작가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고 평했다.
9일 전화로 만난 김씨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벼랑 끝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국내 한 대기업의 10년차 직장인으로 지난해 7월부터 벨기에 도시 워털루에 파견근무 중이다. 주중에 굴착기를 만들고 주말에 소설을 쓰지만, 10여년 간 등단을 준비하며 소설을 써왔던 터라 예전과 별로 달라진 건 없단다.
인터뷰 내내 "그렇습니다"를 추임새로 넣어 문어체로 대답한 김씨는 "공대출신이라 주변에 아는 문인이 거의 없었고 취직 후 몇 년간 울산에서 근무하며 혼자 공부했다"고 말했다. 써둔 소설이 사과 궤짝 하나는 채울만한 40~50편에 달하지만, 문학의 위기와 작가들의 팍팍한 삶을 공감하는 터라 "소설가로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적어도 10년은 계속 직장을 다닐 생각"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등단 직후부터 문학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 웹진, , 등 주요 문학 잡지에 신작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한 문학출판사와 단행본 계약도 맺었다. 영화로 치면 코미디와 예술영화에 버금 갈 만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김씨의 강점이다. 김씨는 "프란츠 카프카를 알게 된 후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이야기보다 문장을 개성있게 쓰는 작가를 좋아한다"며 보르헤스, 바르가스 요사, 박상륭, 김훈 등을 꼽았다.
수상작 '소설작법'은 제목처럼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다. 동대문시장에서 '짝퉁가방의 전설'로 불리는 한 노인의 삶을 공손승, 도메크 등 다수의 인물들이 공동으로 소설을 쓰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이 액자형 소설을 통해 진품과 가품이 구분되기 힘든 작금의 예술계, 독자와 소설가의 관계, 소설가가 작품에서 드러내고 감추어야 할 기술 등 다양한 메시지들을 던진다. 김씨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비슷 비슷한 방식의) 소설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었다"며 "나의 자의식이 포함된 일종의 작가론적 소설"이라고 말했다. 직장 근처 동대문 짝퉁 가방 시장을 보면서 소설 속 가방 노인을 자연스럽게 쓰게 됐다고.
"제가 타고난 이야기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호흡이 긴 문체의 작품을 주로 썼는데, 한동안 이런 스타일로 등단이 가능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소설 작법'은 등단 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내 스타일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쓴 작품입니다."
신인작가의 통과의례를 성공적으로 거친 김씨는 "더 좋은 소설을 쓰겠다는 강박만 있다"며 "해외근무 3년 동안 유럽문화를 체험하고, 관련 단편집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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