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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지고 불에 뛰어드는 김정은 '핵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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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지고 불에 뛰어드는 김정은 '핵도박'

입력
2013.02.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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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대표가 한 목소리로 중단을 촉구하고 경고를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핵실험 단추를 눌렀다.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결의를 부른 장거리로켓 발사 2개월 만에 국제사회와 남한을 상대로 더 큰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20대 후반의 어린 지도자가 이끄는 체제의 무모함과 모험주의에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어제 중앙통신을 통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상황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군 당국은 인공지진 규모가 4.9로 측정된 것으로 미뤄 이번 핵실험이 6~7kt(TNT 6,000~7000t)정도의 폭발력을 낸 것으로 추정했다. 1, 2차 실험 때의 추정치 1kt, 2~6kt에 비해 향상되긴 했지만 예상한 수준보다는 약하다. 일부에서 거론됐던 수소폭탄 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opon) 실험으로 보기에도 못 미치는 폭발력이다.

그러나 핵실험 제어기술에 따라서는 폭발력 조절이 가능한 만큼 인공지진 크기만으로 규모를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 중앙통신은 어제 "이전과는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그 동안 장거리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 소형화에 매달려 왔고,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공언했던 것에 비춰 예사롭지 않다. 그들 주장대로 핵무기 소형화에 진전이 있거나 고농축우라늄(HEU)핵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심각한 일이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이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침해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해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강변하지만 궤변이다. 지난 연말 광명성 3호 위성을 궤도에 올린 장거리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결의 2087호는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 최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했다. 이를 빌미로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일련의 안보리 대북결의안의 명백한 위반이다.

정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성명을 내고 "한반도 동북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자,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들도 강력한 규탄 성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지역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에도 핵실험을 다시 진행한 데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숙 주유엔 대사가 이달 의장을 맡고 유엔 안보리는 어제 밤 긴급이사회를 소집, 대북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달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87호는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도발을 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규정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대북 제재 조치가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유엔헌장 7장 42조에 근거해 군사적 조치까지 가능한 결의 채택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급격한 군사적 긴장 고조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안팎의 격앙된 분위기에 비춰 북한의 무기 수출이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 반출입을 막기 위한 해상봉쇄 수준의 조치나 2006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와 같은 강력한 금융제재가 취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고강도 대북 압박에 중국이 적극 참여한다면 북한은 심각한 고립상태를 피하기 어렵다. 북한도 지난번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중국이 자신들에게 취해온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도발을 통해 그런 고립상태를 벗어나려고 하겠지만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새 정부와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국면전환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게 안타깝다. 박 당선인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언감생심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7,000만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앙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무모한 장난을 멈추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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