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 두 영화의 쌍끌이가 무섭다. 설 연휴 4일간(8~11일) '7번방의 선물'은 193만명을 끌어 모아 누적관객 700만명으로 치달았고, 액션 대작 '베를린'도 169만명을 모아 개봉 13일만에 472만명이란 만만치 않은 흥행 돌풍을 잇고 있다. 설 연휴'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단 두 편이 시장 점유율 80%이상을 차지했다.
올 겨울 한국영화의 선전은 12월 25일 개봉한 '타워'가 500만명을 넘기며 물꼬를 텄다. 흥행 바통을 이은 '박수건달'이 400만명에 육박했고, 그 뒤를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윈윈 하며 더욱 세차게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1월 한국영화 관객수는 1,199만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45.5%나 증가했다. 외국영화를 포함한 총 관객 수도 1월에 역대 최다인 2,036만명을 기록, 지난해(1,662만명)보다 22% 증가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이창현 홍보팀장은 "1월 한 달만 가지고 예단하긴 이르지만 시작이 좋다. 이번 겨울엔 유독 폭설과 한파도 심했는데 영화관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몰리는 건 기적적인 일이다"말했다.
1월 58.9%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은 2월 들어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다. 11일까지 2월의 총 관객은 1,080만명. 이중 한국영화 관객은 923만명으로 점유율은 무려 85.4%에 달한다. 영화진흥위원회 김수현 연구원은 "액션과 멜로, 코믹극 등 매번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등장하고 이슈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할리우드가 흥행이 보장된 시리즈물에만 투자하는데 비해 한국영화는 매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훨씬 더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한국영화 흥행이 올 한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감독들의 귀환이 잇따르고 있고, '미스터 고' '설국열차' 등 일찌감치 화제를 불러 일으킨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선전은 전체 영화 관객수를 크게 증가시켰다. 영진위에선 지난해 전체 영화관람객이 1억9,000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2억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영화관을 찾은 횟수는 3.8회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본다는 미국(3.8~3.9회)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1인당 영화관 관람 횟수는 5.5회를 넘는다. 영진위 김 연구원은 "이 정도면 거의 영화에 미친 수준이다. 2011년 한국의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3.1회였다. 10년 후에나 3.5회 정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혀를 내둘렀다.
국민들의 문화적 관심이 영화로 집중된 듯하다. 이젠 한 달에 2,3편 영화 보는 것이 일상화할 만큼 영화 관람이 여가활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CGV 홍보팀의 김대희 과장은 "학생들의 토요 휴무가 정착되면서 주말 문화가 달라졌다. 경기 불황으로 주머니는 가볍지만 주말은 즐겨야겠고, 해서 찾은 해법이 캠핑과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 만족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보던 드라마 계속 보는 것처럼 한번 맛들인 영화 관람이 일상이 된 것이다. 또 복합쇼핑몰에서 가족의 여가를 즐기는 '몰링'이 정착하면서 영화로의 관객 쏠림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영화 관객층의 급증에는 SNS를 통한 전파도 크게 한 몫을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한 직접적인 영화 감상 평들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에 관심을 쏟게 만들기 때문이다. 투자배급사 NEW의 박준경 팀장은 "이젠 인터넷 포털의 평점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평가를 더욱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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