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니 출신인 하리 디알로(25ㆍ서강대 경영4)씨는 19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는 날이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선발한 정부초청장학생으론 처음으로 국내 대학 학부과정을 마친 기니 출신 1호 기록도 세우게 된다.
11일 서강대에서 만난 디알로씨는 "힘들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졸업하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경영학 전공을 살려 마케팅과 영업 분야 일자리를 구해 경험을 쌓고 싶고, 기니에서 사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공무원 아버지와 무역중개업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2007년 9월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처음엔 K팝이 유행해 한국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있었을 뿐이었지요. 하지만 짧은 기간에 급속히 성장하고 무역이 발달한 한국을 꼭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다. 2008년 6월 한국에 들어와 이듬해 3월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기까지 한글을 배웠으나 한국말에 서툴러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기니에선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 첫 학기에 받은 성적은 4.3만점에 1.9. 낙제점 수준이었다. "학사관리가 엄격하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지만,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낮아 너무 힘들었어요. 교수학습센터에 찾아갔더니 한국인 학생과 1대 1로 짝지어줘 도움을 받게 해주더군요. 매일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예습ㆍ복습을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적이 올랐어요. 졸업 평점을 3.25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지요."
디알로씨는 한국 경제 발전 부분을 특히 주목하고 이와 관련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결론이 궁금했다."한국인은 밤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뒤에도 공부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여기에 목표의식이 뚜렷해서 단기간에 경제가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불안해 발전이 더딘 기니도 한국인처럼 열정을 갖고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에피소드도 많았다. 지난해 초에는 경기 수원에 사는 한 중년 남성 A씨가 기숙사로 찾아왔다. "기니에서 사업을 하는데, 믿고 함께 일할 만한 기니 사람이나 정부 당국자와 연결 시켜 달라더군요. 일이 제대로 추진이 안 되니까 수소문해서 저를 만나러 온겁니다. 공무원인 제 아버지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이런 인연 덕분에 그는 지난해 여름방학 때 고국에 가서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여느 졸업생 처럼 역시 취업이다. 당분간 한국 내 기업에서 근무할 작정이지만 여의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을 공개채용 한 대기업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아프리카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 무역업체에 다시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니 바로 옆에 있는 말리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 무역업체를 알게 돼 직접 연락했지요. 용기가 가상했는지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해서 냈고 면접도 봤습니다. 한국에서 꼭 취업해 배운 전공지식을 활용하고 싶어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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