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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에 방화까지… '층간소음 갈등' 흉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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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에 방화까지… '층간소음 갈등' 흉포화

입력
2013.02.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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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위 아랫집 사이의 층간 갈등으로 살인까지 이어진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비율이 70%가 넘는 우리 실정에서 층간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지만 법 미비 등으로 당사자들에게 맡겨두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다투다 형제를 살해하고 달아난 김모(47)씨를 쫓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6층에 있는 내연녀 A씨의 집에 있다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나자 "너무 시끄럽다"며 항의했다. 마침 설을 쇠러 온 김모(33)씨 형제와 시비가 붙은 김씨는 아파트 1층 화단 앞으로 나가 싸우다 이들 형제 두 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경비원에게 발견된 형제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전에도 A씨의 집을 수시로 찾았던 김씨는 위층에서 소음이 나면 인터폰으로 항의하거나 뛰어 올라가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시끄럽다고 항의를 했지만 소음이 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0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윗집을 방화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1층에 사는 박모(49)씨는 이날 오후 1시 29분쯤 2층 홍모(67)씨 집 현관문을 열고 석유가 든 맥주병을 던진 뒤 불을 질러 집 안에 있던 홍씨와 손녀(2) 등 일가족 6명에게 중경상을 입히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윗집의 누수와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범행동기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50대 남성이 윗집 남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등 층간 소음갈등이 원인인 강력사건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비록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고는 있지만 소음 누수 등 층간 갈등은 공동주택 공간에 만연해 시한폭탄처럼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말다툼은 물론이고 저음용 스피커인 우퍼를 사용하거나 장대로 천장을 치는 등 맞대응으로 마찰이 커지는 일이 적지 않다.

더욱이 층간 두께 20㎝ 이상 되도록 한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이 2004년 4월부터 시행돼 이전에 건축한 공동주택의 경우 층간 소음 갈등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가 분쟁 조정을 위해 지난해 3월 개설한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는 지난해에만 수도권 지역에서 7,000여 건의 층간 소음 민원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9월 현장진단을 신청한 1,070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신고의 70%는 '아이들의 뛰는 소리나 발걸음' 소음이었다. 하지만 이웃사이센터의 해결방식이 전화상담과 현장소음측정 등을 통한 당사자간 이해 및 분쟁해결 유도라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층간 소음을 따로 다룬 법률이 없어 피해를 구제받기도 어렵다. 현재는 환경분쟁위원회 조정신청이나 민사소송이 방법이지만 피해사실 및 소음 유발자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 소송의 경우 승소가능성도 희박하지만 피해보상액보다 소송비용이 더 커질 수 있어 시도조차 쉽지 않다.

지난달 층간소음 억제 근거를 반영한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공동주택에서는 무엇보다 배려가 중요하지만 이제는 소음 유발자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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