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약물 스캔들이 세계 스포츠계를 강타하고 있다. 단골 종목인 육상은 물론 프로야구, 프로골프까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포츠계가 약물에 오염되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인종과 종교, 이념을 떠나 페어플레이를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
스포츠맨십의 실종이다. 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맨십은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고 비정상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불의한 일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상대편을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물론 승패를 떠나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중에게 약물 복용이 크게 회자 된 것은 88서울올림픽 때의 벤 존슨(캐나다)부터다. 벤 존슨은 남자 100m에서 9초79라는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약물 복용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 당했다.
충격적인 것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칭송 받았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의 몰락이다.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달성한 전설이다. 그러나 지난 해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도핑 증거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영구제명까지 했다. 결국 암스트롱은 지난 달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약물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
금지 약물 복용은 지금까지는 주로 메이저리그에서 폭로돼 왔다. 홈런왕 배리 본즈와 새미 소사, 특급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 등의 약물스캔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연봉 3,000만달러를 받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마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메이저리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마이애미 지역 주간지 마이애미 뉴 타임스가 3개월 간의 취재 끝에 불법 약물을 구입한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그 중에 포함된 것. 로드리게스는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물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물로 세운 기록은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배리 본즈(762개)도 아직까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지 못했다.
급기야 도핑의 무풍지대로 알려진 골프에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골프는 단순한 근력보다는 정확한 타이밍과 스피드, 유연성이 좌우한다는 점에서 근육 강화제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PGA 투어에서 통산 34승을 올린 비제이 싱(피지)이 금지약물인 'IGF-1'성분이 포함된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슐린과 유사한 성장호르몬인 'IGF-1'은 손상된 근육을 치료하는 효과뿐 아니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스캔들에 더해 얼마 전에는 최대 규모의 '승부조작 스캔들'이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유로폴이 2008~11년 사이에 유럽에서 380경기, 비유럽(아프리카, 아시아,중남미)에서 300경기를 포함해 680경기의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힌 것. 선수와 심판 등 승부 조작 가담자가 15개국 425명에 달한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예선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의 경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적이다.
대중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맨십에 기반한 페어플레이에 있다. 따라서 스포츠맨십을 저버리고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대중이 스포츠에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승자에게도 환호하지만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쳤을 것이라는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약물 복용과 승부조작이라는 스포츠계의 악의 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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