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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의무화' 절반은 안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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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의무화' 절반은 안 지킨다

입력
2013.0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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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미용실에 인턴으로 취업한 A(20)군. 일을 시작하기 전 미용실 사장은 근로계약서를 쓰는 대신 구두로 A군에게 "1주일에 2번 쉬고 휴무 전날에는 평소보다 2시간 빠른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는 것으로 하자"고 약속했다.

막상 일을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휴무 전날에도 평소처럼 오후 9시~10시까지 일했다. 또 아침 출근시간에 1분을 지각하면 5,000원, 10분을 늦으면 1만원이 월급에서 깎였다. A씨는 일하기 전엔 들은 적도 없던 '지각 벌금'때문에 당초 받기로 했던 월급보다 3만5,000원이 적은 액수를 받았다.

A군은 "사장 말을 녹음해 둔 것도 아니고, 따질 방법도 몰라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며 "고교 졸업 후 2~3년간 카페, 사진관, 텔레마케팅 업체 등 5, 6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쓴 곳은 한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사업주가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써서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근로기준법이 강화됐지만 저임금, 아르바이트 청소년 근로자들에게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사업주 입장에서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를 명시하도록 돼 있는 근로계약서가 향후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에서 불리한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반면 청소년들이나 저임금 근로자는 법적 강제사항이라는 사실을 잘 모를 뿐 아니라 설사 알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한 신분이어서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김태영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지역사회가 좁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한 곳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점포에도 다 소문이 퍼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인 탓에 근로기준법 강화 이후에도 근로계약서 작성, 교부는 거의 늘지 않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53.6%로, 2011년에 비해 겨우 3%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아르바이트가 활발해지는 지난해 8월 노동부가 편의점,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 청소년 근로자 사업장 894곳을 조사한 결과 82%가 넘는 736곳이 근로계약서 작성ㆍ교부 위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을 모르거나, 1,2개월만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적발 뒤 시정명령을 내리면 대부분 서면으로 시정조치 결과를 보고하기 때문에 벌금까지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대 500만원인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1년에 3,4건에 불과하다.

이러니 저임금, 아르바이트 근로현장은 임금, 근로착취가 만연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가 될 수 밖에 없고 노동분쟁 시에도 근로자들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계약서의 '기타'사항에 '지각하면 벌금 1만원', '접시 깨면 10배 배상' 등 부당한 내용을 기재해 청소년들의 등골을 뽑아먹는 악덕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인천여상 안심알바신고센터 심인섭 교사는 "사업주가 법 위반인 부당한 손해배상을 통해 월급을 깎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관련 노동 분쟁은 대부분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발생하므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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