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사체를 2개월이 넘게 자신의 집에 방치한 40대 남편의 엽기적인 범행이 명절을 맞아 가족을 찾아온 처가식구들에 의해 드러났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11일 살인 혐의로 김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21일 0시쯤 춘천 후평동 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벌이다 부인 윤모(53)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직후 김씨는 숨진 부인 시신을 작은 방으로 옮겨 놓은 뒤 80여 일간 시신을 방치했다. 김씨는 14년 전부터 연상인 부인과 동거해 오다 10년 전 혼인 신고를 했고 자녀를 두지 않았다.
김씨의 범행은 평소 연락을 자주하던 누나가 명절 때에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처남(51) 등 처가 식구 4명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집을 방문하면서 드러났다.
갑자기 처가 식구들이 찾아오자 김씨는 "내가 외출 중"이라며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최근 전화 통화에서도 "아내가 술에 취해 잠들었다"는 이유로 바꿔주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긴 처가식구들이 문을 열 것을 계속 요구하자 김씨는 갑자기 이들을 밀치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작은 방에서 부패되기 시작한 윤씨의 사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오후 2시20분쯤 집에서 2㎞ 가량 떨어진 후평동 로터리 주변을 배회하던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춘천의 한 건설업체에서 차선도색 작업을 담당하던 김씨가 지난해 8월 실직을 하게 되자, 술을 마시고 부인과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며 "사건 당일 식당 일에서 일하던 부인의 통장에서 600여 만원을 몰래 빼서 쓴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심한 욕설을 들고 홧김에 목을 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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