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언어도 IT분야에서 먼저 태동한다. Tablet 컴퓨터가 나오는가 하더니 어느새 phone과 tablet이 결합한 Phablet 얘기도 나온다. 이런 낱말은 언어학자들이 만드는 것도,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 문장의 구두점이나 부호를 틀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iPod처럼 소문자와 대문자를 구분 표기해야 하는 것을 정확히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보면 고전 문법은 몰라도 유행하는 표기법과 트렌드는 따른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비문법적이거나 비표준적인 용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IT업계의 신상품을 소개하면서 'Think different' 라는 광고 카피가 나왔을 때 왜 differently를 쓰지 않으냐며 정통 문법학자들은 탈문법적임을 성토했는데, 2008년에는 더 큰 논란이 발생했다. 2008년 9월 Steve Jobs가 새로운 iPod를 들고나와 'This is the funnest iPod ever.' 라고 말했던 것이다. fun으로 최상급을 만들다니, fun이 형용사였단 말인가. 그의 이런 발표 문장을 두고 싱가포르의 어느 고교생은 '이제 fun을 형용사로 간주하고 그렇게 사용해도 되느냐' 는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쟁업체T-Mobile 통신사와Google은 G1 phone을 소개하면서 이 기기야말로 'connecteder, funnerer' 라고 조롱하였다. 새로운 안드로이드 전화기는 더 연결하기 쉽고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Apple사의 상품보다 '더~한' 의 뜻으로 비교급 어미 -er를 마구 붙여대며 말장난으로 조롱한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 'this iPod is so fun. you forget about rules.' 라고 말하며 그까짓 어법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IT 분야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 쓰는 용어는 검증을 거쳐야 하고 필요한 경우 비난도 받아야 한다.
'I went to a shoe shop' 에서 shoe shop 은 '명사 + 명사' 로 구성되고 shoe가 형용사 기능을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shoe라는 명사가 형용사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We had a lot of fun' 에서처럼 fun은 근본적으로 명사다. Apple사의 또 다른 상품 Nano를 개선하면서 renew라고 말하면 될 것을 'We renanoed it' 라고 말하는 것도 논란거리였다. 'iPod nano' 가 등록 상표명이지만 그렇다고 'I like my iPod nano mobile digital device' 처럼 써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상업 목적으로 말을 만들어 내고 문법을 파괴하는 용어의 사용이야말로 대중을 향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일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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