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8일 첫 청와대 경호실장에 박흥렬(64) 전 육군참모총장을 기용함에 따라 경호실의 무게감이 한층 묵직해졌다. 차관급이던 경호처에서 장관급인 경호실로 격상된데다 군의 핵심 보직인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경호실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1963년 청와대 경호실이 창설된 이래 군 출신 실장은 많았지만 사실상 군의 최고위직에 해당하는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박 당선인이 경호와 안전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신변 안전이 국가 안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 자신과 부모 모두 테러를 당한 경험이 있는 박 당선인의 트라우마(충격)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당선인은 2006년 5월 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커터칼로 안면을 공격 당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모친인 육영수 여사 두 사람 모두를 흉탄에 잃는 비운도 겪었다.
아울러 국가 안보에 적극 대처한다는 의미도 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진 중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을 먼저 발표한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임박 등 안보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호실장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조직 장악력은 높아지겠지만 '막강 경호실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군의 최고위직 출신이어서 군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때 박 당선인의 동생 박지만씨의 육사 37기 동기생 1,2명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부산 출신인 박 경호실장 내정자는 부산고와 육사(28기)를 나와 40년 이상 육군에 몸담으며 4성 장군까지 오른 인물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육군 개혁을 지휘할 적임자로 발탁돼 2008년까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당시 군사령관(대장)을 거치지 않고 육군참모차장(중장)에서 곧바로 총장(대장)으로 진급해 '파격'이라는 말도 나왔다.
군 시절 소탈하면서도 호쾌한 성품에다 부하들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는 지휘 스타일로 덕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전 지휘관 시절 '신바람 나는 병영'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육군참모총장 시절 '화합ㆍ단결의 지휘력'을 기반으로 육군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다. 3군단장 시절에는 '장병들의 기가 살아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병영 내의 인간존중 지휘'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 내정자는 이날 "마지막 공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모시겠다"며 "경호는 통합된 작전으로 보디가드가 아니라 경호 작전"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육군참모총장 재직 시절인 2008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9억9,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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