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8일 새 정부 초대 총리에 검사 출신 정홍원(69)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명했다. 낙마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이어 또다시 '관리형 총리'를 내세운 셈이다. 장관급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각각 내정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진영 부위원장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주요직 1차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정 후보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부산ㆍ광주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번 인선을 통해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어느 정도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24일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던 박 당선인은 보름 후에 정 후보자를 선택했는데, 두 인선 사이엔 적지 않은 유사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쓴 사람을 다시 쓴다'는 점이다. 이는 믿는 사람만을 쓴다는 의미인 동시에 사람을 믿으면 계속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법조 원로 인사들의 추천을 통해 알고 있던 정 후보자를 공천위원장에 임명, 비대위원장이던 자신과 호흡을 맞췄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계파 갈등이 적지 않았던 공천 작업을 별 잡음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낸 데 대해 박 당선인이 합격점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 역시 대선 공동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이란 '쓰임'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믿어야 쓴다'거나 '써봐야 쓴다'는 인사 스타일은 인재 풀을 좁히는 한계를 갖는다. 인재풀이 좁다 보면 통합의 상징성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 임기 중반 이후에는 '돌려 막기'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있다.
총리 자리에 '실세'나 '차기 대선주자'유형의 인물을 앉히지 않겠다는 박 당선인의 생각도 두 차례 인선을 통해 잘 드러났다. 총선 당시 공천위 관계자는"정 후보자는 인격자였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성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이번에도 내각을 무난하게 조정ㆍ통할할 수 있는 관리형 총리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책임총리제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법조인 출신을 거듭 총리 후보자로 재지명함으로써 법치에 방점을 찍었다. 전체적으로 참신, 쇄신 등의 이미지보다는 신뢰와 안정에 무게를 뒀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선은 박 당선인의 '나 홀로 리더십'을 보완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박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해야 할 때는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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