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발족 이래 처음으로 예산을 감축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EU 정상들은 8일 속개된 회의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예산을 9,600억유로에 합의했다. 이는 2007~2013년 예산 9,900억유로에 비해 3% 삭감된 것이며, EU집행위원회가 만든 수정안보다도 120억 유로 낮춘 금액이다.
실질 예산이 감축된 것은 60년 EU 역사상 처음이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의 트위터에 "합의 완료!"라는 글을 올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U 예산은 애초 감축을 주장하는 국가들과 감축 절대 불가를 고집하는 국가들이 팽팽히 맞서면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재정 건전국가들은 유럽의 전반적 긴축기조에 맞춰 EU도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은 강력 반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7월 2007~2013년 예산에 비해 5% 늘어난 1조330억유로의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후 11월 정상회의에서 9,720억유로의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합의도출에는 또다시 실패했다. EU 정상들은 지난 7일 다시 모여 밤샘회를 가졌고, 격론 끝에 결국 예산안 감축에 합의했다.
이번 예산 감축은 결과적으로 독일 영국 등 '긴축진영'의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협상과정에서 농업 보조금 확대를 요구하는 프랑스와 폴란드 등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들은 예산이 삭감될 분야는 교통, 에너지, 통신 부문이며 농업 보조금과 지역 개발 부문 예산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하는 데 쓰이는 경기 부양용 예산도 대부분 유지됐다.
예산안은 유럽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의회 의원들은 EU 정상들이 일방적으로 예산 삭감을 단행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의결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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