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디자인은 제품을 실용적으로 만들어 준다. 디자인에 미적 감각이 넘칠 때 상품은 예술로 격상된다. 공공(서비스)디자인에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의 역량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글쓰기에 관심 많은 디자인 잡지 기자 경력의 필자들이 이 책에 소개한 디자인의 공통점은 무얼까. 실용성도, 예술성도 아니다. '힐링'이다. 보는 사람에게, 쓰는 사람에게 안식과 평화를 선사하는 아이디어를 담은 디자인들이다.
책에 죽음을 소재로 한 디자인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묘비 모양의 메모리카드, 유골함 모양의 화분, 집 벽에 '비포 아이 다이(Before I Die)'라고 써놓고 지나가는 이들이 이어지는 빈 칸을 채우도록 하는 소통의 디자인 같은 경우 생활 속으로 죽음을 끌어 들여 삶을 새로 돌아보게 만든다. 유품인 옷을 재활용품으로 내놓으면서 이전 주인의 이름과 간단한 삶, 그 옷을 소중하게 입어달라는 새 태그를 붙이는 아이디어는 삶과 물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인상적인 디자인이다.
이 밖에도 자연과의 교감, 소통, 낭만 등을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을 소개한 저자들은 '이 세상에서 지금껏 이루어진 디자인 중 가장 경이로운 것은 바로 이 세계, 자연일 것'이라며 자연이 그런 것처럼 '디자인은 때로는 유용하고 때로는 무용한 방식으로 세상과 인간을 연결하며 이따금 시적인 공명과 근원적인 울림으로 우리를 위로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디자인 이미지들에서 허다한 힐링책보다 더 진지하면서 유쾌한 힐링을 만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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