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남모(30)씨는 8일 조카 세뱃돈으로 줄 1만원과 5만원 신권을 바꾸러 여의도의 한 은행에 갔다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은행 업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신권을 바꾸려는 손님들이 몰려 1만원 신권은 문 연지 10분여 만에 동이 났다"는 것. 꼬박 30분을 기다려 신권이 아닌, 상태가 양호한 1만원권으로 바꾼 것이 고작이었다. 남씨는 "신권을 바꾸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수요가 몰릴 걸 예측해 충분히 준비했다면 여러 사람에게 혜택에 돌아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설을 앞두고 1만원 신권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5만원권은 신권 교환이 어렵지 않았지만 세뱃돈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1만원 신권을 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에 사는 주부 박모(40)씨도 "8일 오전 부모님 용돈과 세뱃돈으로 쓰기 위해 1만원 신권을 바꾸려고 은행에 갔으나 없다는 말을 듣고 여기 저기 물어 겨우 10만원만 바꿨다"며 "경기가 나빠 세뱃돈을 줄이려는 판국인데, 5만원권밖에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은행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창동지점 강혜민 계장은 "1만원 신권을 찾는 고객이 많아 고육지책으로 한 사람당 1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연휴 시작 이틀 전에 이미 신권이 동이 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9년 5만원권이 새로 발행되면서 1만원권 발행 규모가 줄어든데다 화폐의 품질이 좋아져 신권 발행 수요가 많지 않은 탓이다. 1만원 신권의 전체 발행 규모는 2008년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는데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만원권 발행 규모가 계속 줄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수요가 있다고 해서 마냥 늘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어떤 은행은 특정 고객에게 신권을 우선 제공하는 편법까지 쓰고 있다. 한 시중 은행 직원은 "1만원 신권 수요가 몰리는 명절 전에는 보통 일인당 교환 금액을 제한하지만 고객 관리 차원에서 우수고객들에게 신권을 미리 대량으로 바꿔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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