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한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아들과 두 딸 내외, 손자들까지 삼대 열세 명이 모여 사는 집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식구들은 6개월에 한 번 돌아가면서 반장을 맡아 집안일을 관장하고 식사는 당번이 한다. 며느리가 단칼에 시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을 본 지인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 같다고 혀를 찼지만, 저자는 며느리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게 거절하는 법이었다고 말한다. 왼쪽 눈 실명, 당뇨, 고혈압, 통풍 등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에 다름 아니지만 "아프고 병을 앓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며 삶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살겠다고 말한다. 2011년 고려대 사이버대학을 71세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는 등 도전에 열심이지만 자식의 인생에는 절대 간섭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갤리온ㆍ320쪽ㆍ1만4,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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