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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살아남은 자들의 트라우마 그리고 희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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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살아남은 자들의 트라우마 그리고 희망 찾기

입력
2013.02.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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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한국계 미국 작가한국전쟁서 상처입은 인물들 사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려 2011년 퓰리처상 후보작에

3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계 미국 작가로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펴고 있는 이창래씨의 새 소설 는 한국전쟁을 겪어내는 여러 인물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첩보활동에 연루된 한국계 미국인의 아웃사이더 같은 삶을 다룬 데뷔작 '네이티브 스피커', 일본군 위안부를 관리했던 의사 하타의 인생을 그린 '제스처 라이프' 등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되짚어보면서 인간 보편의 슬픔을 복원해내는 이야기를 써왔다.

에서는 한국전쟁으로 상처 입은 3명의 인생 이야기가 등장한다. 피난길에 부모를 잃은 11살 소녀 준은 동생들과 피난 열차에 오른다. 하지만 기차가 갑자기 멈춰서며 기차 지붕에서 떨어져 여동생은 즉사하고, 남동생은 두 다리를 잃고 만다. 동생이 잘린 다리를 붙들고 있을 때 기차가 다시 움직이자 준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준은 그렇게 살아남아 고아원을 거쳐 미국으로 떠나지만 그때의 상처는 평생을 짓누르는 고통으로 남는다.

그의 전 남편 헥터는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를 술집에 방치해 객사하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 전쟁의 참혹함을 묵묵히 지켜보던 그는 동료 젤란코가 중공군 나팔수 소년의 고막을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보고 역겨워하다 그와 싸움이 붙는다. 어린 중공군 나팔수는 '노 리브, 노 리브'라 애원하며 헥터의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훔쳐 자살한다. 소년의 자살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고, 헥터는 전쟁이 끝난 뒤 고아원 '새로운 희망'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선교사 태너 부부를 만난다.

이 고아원을 운영하는 선교사의 아내 실비에게도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다. 1930년 만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만주사변으로 부모를 잃은 그녀는 그때부터 인생의 한 자락을 놓아버리고 남편 몰래 아편에 찌든 생활을 한다. 실비는 고아원 문제아로 찍힌 준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하고 마음을 준다. 헥터는 실비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밀회를 나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 하나씩 아이들이 미국에 입양되고, 태너 부부 역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남게 된 헥터와 준은 다시 절망하고 만다. 헥터는 고아원에서 보낸 마지막 밤, 난로를 점검하는 야간 업무를 소홀히 해 난로에 불길이 치솟는다. 화상을 입은 준에 대한 사과로 헥터는 결혼을 약속하고 두 사람은 미국으로 간다.

소설은 8년 전 사라진 아들 니콜라스를 찾는 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950년대 한국과 1986년 미국을 오가며 전개된다. 뇌종양으로 죽음을 앞둔 준은 니콜라스에게 아버지 헥터를 찾아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필사적으로 그의 뒤를 추적하며 아픈 상처들을 떠올린다.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한 소설의 묘사는 사실적이고 냉정하다. 그 때문에 읽기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뒷장을 보기 위해 저절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의 인간군상이 맞닥뜨리는 역경과 도덕적인 갈등이 책장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에서 출간돼 이듬해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기념해 제정된 '데이턴평화상'을 수상했고 그해 퓰리처상 후보작품에도 오른 수작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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