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른바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해 법 제정 때 일었던 인권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 안병욱)는 8일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치료명령의 청구) 1항과 제8조(치료명령의 판결 등) 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학적 거세를 시행할 경우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제도를 집행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크더라도 신체의 완전성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훼손하는 상황에서 피청구자의 불이익을 등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강제적 치료명령제도에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적 거세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치료 효과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로 명령을 내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치료명령 판단과 집행 시점의 간격에 따른 오판 가능성도 문제로 꼽았다. 현재 치료명령 대상자에게 성도착증이나 재범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판결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집행 시기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까지 가정하면 수년이 넘어갈 수도 있다. 연령에 따른 성욕 감퇴, 치료감호 집행 과정에서의 치료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년 전의 명령 때문에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면 결과적으로 오판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제도의 목적이 재범 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성 기능을 억제하며 심리교육을 병행한다면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도 커진다"며 "실제로 유럽 몇몇 국가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화학적 거세법'이 다시 법률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대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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