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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씨름천재 "천하장사 찍고 가수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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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씨름천재 "천하장사 찍고 가수 할래요"

입력
2013.02.0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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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에서 육중한 덩치를 가진 장사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올해 첫 민속씨름대회인 설날장사대회(8~11일)의 참가 면면을 보면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혁(23ㆍ울산동구청)이 11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열리는 백두급(150㎏ 이하)의 유일한 새내기다. 이로 인해 백두급 장사의 몸값이 ‘금값’으로 뛰어올랐고, 이재혁은 ‘귀한 대접’을 받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그렇지만 이재혁의 꿈이 단지 모래판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설날장사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가수를 꿈꾸는 ‘모래판의 신데렐라’ 이재혁을 만났다. 두 가지 상반된 꿈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희귀해진 백두급의 ‘히트상품’

이재혁은 고교 시절부터 초특급 선수로 평가 받았다. 육중한 몸에 비해 유연하고 순간몸놀림이 빠른 이재혁은 고교 씨름을 평정했다. 그는 전국체전 고등부 3연패를 차지했고, 고2 때는 7관왕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1월 영남대 입학 예정자 자격으로 전국대학장사에 출전해 ‘형들’을 모두 물리치고 장사급(105㎏ 이상) 정상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뿐 아니다. 대학에서도 ‘이재혁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설날장사 백두급에서 4강에 진출하며 씨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재혁은 “설날장사에서 3품을 차지한 뒤 학교로 돌아가니 대접이 달라졌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2012년 천하장사 대축제에서도 쟁쟁한 장사들을 물리치고 2품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지만 그 만큼 훈련을 배 이상 하고 있다.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오히려 설날장사 때 성적이 안 좋으면 억울할 것 같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이재혁은 덩치에 비해 팔 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력이 다른 백두급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손목으로 당기는 훈련에 집중하며 들배지기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는 “무서운 파워를 가진 윤정수 장사가 가장 상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 프로와 프로간 맞대결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남다른 승부욕을 보였다.

천하장사 2번, 설날ㆍ추석장사 하면 ‘제2의 인생’

최고의 기대주답게 목표도 남달랐다. 인생의 지향점도 모래판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그는 “짧고 굵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3년 안에 천하장사 타이틀을 꼭 따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깜짝 선언도 서슴지 않았다. “천하장사 2번, 설날ㆍ추석 장사 1번만 하면 모래판에서 은퇴하겠다.” 또 다른 꿈인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에서 빛이 났다.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 가수가 된 백승일 선배보다 제가 더 잘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제2의 백승일’이라고 하면 기분이 좀 상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실제로 이재혁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이다. 지난해 구미문화로축제 노래자랑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수가 되기 위해 씨름을 잠시 접기도 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노래를 하고 싶어서 살을 뺀 적이 있다. 7개월 정도 30㎏을 감량하면서 가수를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살을 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재혁은 대학 선배의 권유로 다시 샅바를 잡았다. 그는 “11년간 씨름만 해왔는데 민속씨름대회에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씨름을 그만둔다는 게 다른 한편으로 억울했다. 씨름 인생의 정점을 찍은 뒤 가수를 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당시 심경을 설명했다. 살을 찌우는 게 급선무였던 그는 서서히 몸을 끌어올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다시 제기량을 회복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태현 용인대 교수를 보며 천하장사의 꿈을 키웠던 그는 “씨름을 하는 동안에는 이태현 장사처럼 멋진 기량과 기술로 팬들을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재혁은

생년월일 1990년 7월18일

신체조건 185㎝, 150㎏

출신교 현일고-영남대

소속 울산동구청

체급 백두급

씨름 입문 초등학교 4년

주특기 들배지기

주요경력 전국체전 장사급 3연패(2006~2008), 전국대학장사 장사급 1위(2009), 전국체전 대학부 장사급 1위, 전국대학선수권 장사급 3위(이상 2011), 설날장사 백두급 3품, 천하장사 2품(이상 2012)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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