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와 경기불안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에서의 국산차 판매는 위축된 데 반해 수입차의 판매는 반대로 크게 늘었다.
국산차의 판매 위축은 소비심리 위축과 신차 부재 등을 들 수 있지만 그보단 수입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가격인하 정책이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수입차들은 한국에서 팔 때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특히 관세 등 다양한 이유를 들이밀며 고가정책을 유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입차가 기존 부자들의 영역에서 대중적인 영역으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눈에 띈다. 대중화를 위해 기존 수입차들은 배기량이 큰 차량들에서 2천cc 미만의 차량을 집중 공략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델의 풀체인징 및 부분변경의 경우 수입차는 가격을 내리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반면 국산차는 가격을 올리는 것도 수입차의 판매를 더 돕고 있다.
그 예로 혼다의 어코드의 경우 현재 3천만 원 대로 가격을 형성했는데 국산 쏘나타, 그랜저, SM7 등과 비교해도 큰 가격차이가 없다. 중형-준대형의 구매층이 기존엔 수입차를 엄두도 내지 못할 비싼 차였다면 지금은 비슷한 가격의 비교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른 BMW 520d의 경우 기존 판매가 6천만 원 후반에서 디젤 엔진을 내세워 6천만 원 초반까지 끌어내렸다. 특히 배기량은 1천995cc, 연비는 무려 19.9km/ℓ로 가격과 연비 모두 잡았다는 평가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었다. 폭스바겐의 경우도 골프 시리즈에 디젤엔진을 장착한 TDI 라인업을 통해 수입차 판매를 높이는데 한몫 했다.
확실히 수입차들은 국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몸소 배운 한 해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수입차 전반에 끼어 있던 가격 거품은 서서히 걷힐 것이다.
그럼 여기서 국산차를 다시 들여다보자.
기아가 지난 5월 '독일 럭셔리 세단 킬러'로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K9. 출시 첫 달 15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다. 하지만 신차 효과가 사라진 8월부터는 절반 가까이 급락하더니 이제는 기아에서 미운 오리새끼 신세다.
K9은 출시부터 수입차를 겨냥했으나 실패요인으로 기본 편의사양을 옵션으로 적용하고, 이에따른 고가격 형성이 주 요인으로 보인다. 오히려 BMW 5 시리즈, 벤치 E클래스 등 판매를 더 도와준 형태가 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국산차가 내수시장에서 다시 판매량을 늘리려면 적절한 가격형성은 필수요소로 보인다. 국산차가 해외로 수출하면 오히려 국내보다 값을 저렴하게 내놓거나 하는 이런 꼼수부터 없애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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