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롯데백화점에 인터넷 자살사이트 회원들이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한 지역 언론사에 걸려와 군 당국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하지만'폭파 위협'을 받은 이 백화점을 군 폭파물 처리반과 경찰특공대 등이 3시간 동안 수색한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40대 폭탄테러 협박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백화점 폭탄테러 협박…2억 요구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자살사이트 운영자로 신원을 밝힌 한 남성이 이날 오후 2시30분쯤 전주지역 한 지방방송사 기자 A모(38)씨에게 전화를 걸어"전주 롯데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폭파하겠다"며"내 말을 믿지 않을 것 같으니 먼저 전주 효자공원묘지 주차장으로 가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그 곳에서 파란색 모닝 승용차가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시쯤 A씨 등 방송사 관계자들이 효자공원묘지 주차장에 도착하자 세워져 있던 모닝 승용차가 큰 폭음과 함께 폭발해 전소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 차량은 최근 도난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고, 현장에는 불에 검게 그을린 LP가스통이 발견됐다.
이 남성은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어"롯데백화점 점장을 만나 5만원 권으로 2억원을 준비할 것을 지시하라"며"만약 백화점에 있는 시민들을 대피시킬 경우 그 즉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대원들과 특공대, 형사기동대 등을 이 백화점에 급파, 군 폭발물 전담반과 함께 백화점 건물 내부와 지하주차장 등을 조사했지만 폭발물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 4,000여명 대피
당시 백화점에는 영화 관람객까지 합쳐 4,000여명이 있었다. 백화점 측은 협박범이 "고객들을 대피시키면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즉시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 경찰과 협의한 백화점측은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5시쯤 '백화점 안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갑작스런 대피 방송에 백화점안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온 고객들로 1층 4개의 출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중년 여성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김모(61)씨는 "처음엔 삼풍백화점처럼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무서웠다"며 "빠져 나오는 2분이 20년쯤처럼 느껴질 정도로 악몽과 같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용의자 40대 추정
경찰은 백화점을 폭발시키겠다고 협박한 용의자의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용의자를 전북에 사는 40대 인물로 추정하고 뒤를 쫓고 있다"며 "용의자는 3시 이후 A씨에게 30분 간격으로 6차례 휴대전화를 걸어 장소를 바꿔가며 돈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이 과정에서 드러난 용의자의 휴대전화번호와 전화 목소리, 사건 현장에서 확보된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용의자의 신원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용의자가 돈을 전달받기 위해 고용한 퀵서비스 기사의 신변을 확보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용의자가 LP가스통을 이용해 승용차를 폭파시킨 전주 효자공원묘지 인근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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