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북핵 관련 3자 긴급 회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끌었다. 문 위원장은 16대 국회에서 박 당선인과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으며,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인과 맞상대로 일한 인연을 갖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은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해 함께 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인지 45분간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시작부터 박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 위원장은 환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박 당선인이 오후 2시쯤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아 회의 장소인 3층 귀빈식당으로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황 대표와 문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고, 박 당선인은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박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16대 국회 당시 해외 출장을 함께 갔을 때 문 위원장이 어느 모임에서 "오늘이 10월 26일이므로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인데 묵념을 하고 행사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때 참 감사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문 위원장이 과거 정권에서 대북 정책을 다뤄 본 경험을 설명하자 박 당선인은 강한 어조로 "전쟁 때라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 북한 상황이 좌시할 수 없는 상태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그 동안 의정 경험과 느낀 점 등을 반영해 만들었으니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고, 문 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남북 정상회담 개최, 대북 특사 파견 필요성 등도 거론했지만 박 당선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48%의 국민을 잊지 말고 100%의 대통령이 돼 달라"고 주문하자 박 당선인은 "잊지 않겠다. 그분들 다 품고 가겠다"고 답했다. 회동이 끝난 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여야협의체에 공감을 표시하고 공통 공약을 조속히 처리하자고 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비교적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설 연휴를 맞아 전직 대통령들과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에게 각각 떡국떡과 표고버섯, 멸치 등을 담은 선물을 전달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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