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대신 실질적 고발권을 복수의 정부 부처가 나눠 갖는 쪽으로 바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초 폐지를 공약했으나, 여야는 그제 정부조직 개편 실무협상팀 회의에서 감사원ㆍ조달청ㆍ중소기업청 등에 고발요청권을 주고, 공정위는 고발요청을 반드시 이행토록 하는 '의무고발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발 주체를 여전히 정부로 제한한 이번 합의가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적잖은 의구심이 든다.
전속고발권은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때 검찰 고발 여부에 관한 결정 및 고발권을 오직 공정위에만 부여한 제도다.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 제71조에 근거했다. 하지만 이 제도 탓에 기업은 가격담합처럼 사회적 피해가 큰 범죄를 저질러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전속고발권이 범법 대기업의 사법처리를 막는 방패막이라는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박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를 취한 1,766건 중 검찰 고발은 1.7%인 30건에 불과했다. 범법 기업의 98.3%가 공정위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여야 정치권은 의무고발제만 도입해도 전속고발권을 적절히 견제해 합당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미 고발요청권을 갖고 있는 검찰조차 지난 2년간 단 한 건의 고발요청도 하지 않은 걸 감안할 때, 일반 부처가 활발히 고발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발이 남발될 경우의 위험은 매우 크다. '아니면 말고'식의 고발이 난무하면 정상적 기업활동까지 위태롭게 되기 십상이다. 이번에 고발요청의 주체를 정부로 제한한 명분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제한이 전속고발권의 폐해를 고치는 데 장애가 된다면, 고발요청권을 소비자 등 민간에 개방하되 무고인 경우에 대비해 피해보전 담보장치를 두는 방식을 도입해서라도 차제에 보다 적극적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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