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국악단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단(단장 송재구 부군수)은 19일 오후 8시(현지 시간)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에서 1시간 30분 동안 단독 공연할 예정이라고 영동군이 7일 밝혔다. 지방의 군 단위 국악단이 이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공연엔 30명의 상근 단원과 난계국악단 예술감독인 민의식(가야금ㆍ한국종합예술대)교수, 강영근(피리ㆍ이화여대)교수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난계국악단은 '아악(雅樂)의 미(美)'라는 주제에 맞춰 한국 궁중음악의 웅장한 선율을 전하게 된다. 아악의 백미로 통하는 '수제천'을 비롯해 '침향무', '산조합주', '판굿', '신모듬'등과 국악단 창작곡인 '난계아리랑'등을 선사한다. 또 현지 관객들을 위해 호주 민요인 '왈칭 마틸다'(Walzing Matilda)를 국악기로 연주한다.
난계국악단은 앞서 17일 시드니 시민 10만명 이상이 몰리는 야간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오페라하우스 공연이 끝난 뒤인 20일엔 시드니 위성도시인 스트라스필드시의 시민축제 메인 무대에도 등장한다.
이번 공연은 주 시드니 김진수 총영사와 시드니 한국문화원 이동옥 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총영사와 문화원측은 2,500여개의 관람석을 교민과 호주인에게 무료 개방키로 했다.
주최측이 오페라하우스에 난계국악단을 부른 것은 국악단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난계국악단은 영동군이 영동출신으로 우리나라 3대 악성의 한 명인 난계 박연(1378~1458)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1년에 창단한 국내 유일의 군립 국악관현악단.
기초지자체 소속의 국악단이지만 공연 활동만 놓고 보면 중앙무대나 대도시 관현악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매년 초청 공연만 30회 이상, 상설 공연을 합치면 연 120회 이상 무대에 오른다.
난계국악단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세계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세종대왕 즉위식 재현행사'에 대표 연주단으로 참가하면서부터다.
당시 국악계에서는 "세종 때 아악을 집대성한 박연 선생의 후예들이 즉위식 연주를 멋지게 해냈다"며 주목했다. 이후 난계국악단은 광주비엔날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여수세계엑스포 등 굵직한 국제 행사와 전국 규모의 축제의 단골 손님이 됐다. 일본(2003ㆍ2004년), 미국(2008년), 중국(2009년)에서의 해외공연도 호평을 받았다.
영동군은 문화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난계국악단에 연간 17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휘자 김재섭씨는 "이번 공연에서 전통국악과 함께 퓨전국악도 선보여 국악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앞으로 이탈리아 등 유럽 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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