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이 불과 2주 남짓 남았는데도 여전히 총리 및 장관 진용도 갖추지 못한 상태라 시급한 금융대책이 추진되지 못한 채 대기상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상반기 중에 하우스ㆍ렌트푸어, 가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공언했으나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조차 불명확하다. 총리, 부처 장관 인선과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서민ㆍ금융정책 추진이 상당 기간 미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초반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던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등의 해결 방안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통해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행복기금을 조성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식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등의 큰 그림만 있지 세부방안이 나오지 않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인 것.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새 금융정책의 세부방안에 대한 내용을 내놓지 않아 아무 것도 준비할 수가 없다"며 "총리 장관 인선 문제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인수위에서 세부적인 안이 나와야 그에 따라 금융기관에 협조요청도 할 텐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하우스푸어 대책의 경우 지분매각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 선정부터 은행의 지분매입, 이를 위한 금융권 공동기금 조성, 금융권의 손실분담에 따른 건전성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지금부터 준비에 착수해야 6월에야 첫 수혜자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행복기금 조성도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신용회복기금 잔액 등 약 1조8,000억원으로 출범한다는 윤곽은 드러났지만 실행 시기는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캠코 관계자는 "재원은 바로 조달이 가능한 상태지만, 대상자 선정작업과 출범 시기, 운용 주체 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적자금(부실채권정리기금)의 전용을 위해 법개정이 필요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야당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일반 서민들과의 역차별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박 당선인의 최우선 추진 공약 중 하나인 '금융정책을 통한 서민 행복'의 실현은 상당기간 미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 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이라는 게 뚝딱 나오는 게 아니고 금리, 건전성 등 살펴볼 게 많은데 구체적 지침이 없어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결국 이를 강력히 추진할 금융위원장 등이 결정된 뒤에나 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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