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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 담은 눈물겨운 가사 9년차 힙합듀오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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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 담은 눈물겨운 가사 9년차 힙합듀오 일냈다

입력
2013.02.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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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겐 '눈물샤워'가 2년 전에 만든 곡이라 좀 지겨웠어요. 인기를 얻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죠. 자신감도 이미 많이 상실된 상태였고요."(탁)

연초부터 가요 음원차트는 이변의 연속이다. 소녀시대는 기대와 달리 반응이 썩 신통치 않고, '인피니트 H' '씨스타19' 등 아이돌 그룹의 유닛들도 별다른 성적을 보이지 못 하고 있다. 그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이 9년차 힙합 듀오 배치기의 돌풍이다. 최근 서울 소공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치기는 자신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배치기가 최근 내놓은 4집의 나머지 절반인 '4 Part 2'에 수록된 '눈물샤워'는 국가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차트의 디지털종합 부문에서 최근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올해 첫 2주 연속 1위 곡이다. 2005년 데뷔한 뒤 한 번도 가요 차트 1위에 오르지 못 했던 배치기로선 제목 그대로 눈물을 흘릴 만한 경사다. "음원 차트 1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밤새 잠이 안 왔어요. 1위에서 떨어질까 봐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확인했죠. 내 일인데 남 일처럼 우리도 신기해요. 사실 왜 인기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무웅)

무명 시기를 포함해 팀 결성 14년 만에 오른 1위 자리라 이들에겐 더욱 뜻 깊다. '반갑습니다' '마이동풍' 'No. 3' 등 히트곡도 적지 않지만, 군복무 등으로 4년간 공백을 가진 배치기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군 제대 후 지난해 4월 내놓은 4집의 1부 '두 마리'가 실패해 실의에 빠져 있던 터였다. "4년 만에 나온 앨범인데, 전투력이 최고치인 상태에서 낸 앨범인데 반응이 미미하니 정말 힘들었다"는 탁(30ㆍ본명 이기철)의 말에 무웅(30ㆍ본명 정무웅)이 "자신감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어서 음악을 하는 걸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이어받았다.

'4 Part 2'도 "낼 때가 돼서 낸다는 느낌"으로 아무런 기대 없이 내놓은 앨범이었지만 '눈물샤워'는 나오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 '쥐뿔도 뭐 없는 내 꼴을 알기에 아쉬움도 갖지 못해 한탄'을 쏟아내는 남자의 심정을 담은 가사와 랩, 피쳐링 가수로 참여한 에일리의 애절한 노래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무웅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곡이 히트해서 기쁨의 폭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데뷔 초에 비해 배치기의 음악은 한층 대중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속사포 랩과 영어 가사, 인위적인 라임(각운) 맞추기에서 벗어나 삶의 애환을 진하게 담은 가사와 피처링 가수와의 협업에 무게를 실었다. 정통 힙합에서 벗어났다는 비판도 있지만 탁은 "굳이 반박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웅도 힙합의 정통성 여부보다는 "시대와 자신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 음악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했다.

'눈물샤워'의 성공으로 자만할 법도 했지만 탁은 "우리가 얻은 가장 소중한 건 인기나 돈이 아니라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용기"라고 강조했다. "피해의식이나 자기 비하가 우리의 음악에 깔려 있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30대의 문턱에 선 배치기의 두 남자는 자존과 겸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듯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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