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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 부닥친 치료… 한·양방 '쌍두마차'로 활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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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 부닥친 치료… 한·양방 '쌍두마차'로 활로 연다

입력
2013.02.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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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령 여성이 뇌출혈로 쓰러져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 중 폐렴에 이어 패혈증까지 생겼다. 항생제와 혈압상승제, 호흡보조 등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했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졌다. 호흡곤란과 함께 폐와 간,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고, 몸이 풍선처럼 부푼 환자는 의식마저 잃었다.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환자를 경희대한방병원으로 옮겼다. 이 병원 동서협진실 의료진은 전 병원과 같은 처치를 하면서 환자의 코를 통해 위에 삽입된 비위관으로 영양물을 주입할 때 한약을 함께 넣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환자는 의식을 찾았다. 간과 신장 기능도 점점 나아졌고, 통원치료가 가능해졌다.

현대의학은 완벽하지 않다. 그 부족한 부분을 바로 한의학의 오랜 임상경험이 보완해줄 수 있다고 많은 한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무시 못할 임상적 효과

환자가 패혈증에서 회복된 게 한약의 효과라고 명확히 증명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환자를 진료한 경희대한방병원 동서협진실 의료진은 "자연적으로 나아졌다고 하기엔 워낙 중증이었기 때문에 한약이 기여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패혈증에 대해 아직 뚜렷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임상에서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한약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사실 수술 같은 외과적 처치나 흔한 질병 등 진단과 치료법이 명료하게 정립된 분야에선 서양의학적 치료가 한의학에 비해 빠르고 확실하다. 그래서 환자도 양방으로 쏠린다.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의원의 주요 수입원이던 보약을 찾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한의학이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다. 패혈증을 비롯해 현대의학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술 후 후유증이나 합병증, 만성질환, 난치병 등 첨단의학이라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분야가 적지 않다. 한의학 입장에선 바로 이런 부분이 틈새시장이다.

실제로 틈새시장에서 빛을 발한 한방 치료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대장에서 항문과 가장 가까운 직장에 암이 생기면 수술로 직장을 떼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변을 저장해뒀다 제대로 된 형태를 만들어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직장이 없으면 암 수술이 잘 끝났어도 환자는 배변장애에 시달린다. 장운동개선제나 유산균제를 먹어도 배변장애가 1, 2년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찹쌀이 섞인 한약을 쓰면 3~6개월 안에 환자가 정상적인 대변을 보게 된다는 임상결과가 나와 있다. 최근에는 또 뇌졸중 후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긴 환자 100여명을 비교한 결과 항생제만 쓰면 사망률이 30%가 넘었는데 항생제와 한약을 함께 썼더니 10%가 안 됐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경희대한방병원 중환자실에선 의료진의 판단이나 환자의 요구 등 경우에 따라 서양의학적 처치와 함께 한약을 추가로 처방한다.

서로 보완

처음부터 양방과 한방 치료를 같이 하는 시도도 활발하진 않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희의료원 동서협진센터에서는 알레르기비염과 비만, 척추ㆍ관절 통증, 중풍 등의 치료에 양의와 한의가 함께 참여한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코 부위 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센터의 동서비염클리닉에선 수술로 코 구조를 정상화시킨 다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찾아 조금씩 몸에 주입해 면역력을 늘려가면서 침 치료를 병행한다. 수술과 면역치료는 양의사가 맡고 침은 한의사가 놓는 식이다.

집도의인 조중생 동서협진센터 소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알레르기비염 치료에 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건 임상적으로 분명해 보인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치료에 기여하는지 확실친 않지만, 면역작용을 향상시키는 듯하다"고 추측했다. 침을 면역치료와 병행했을 때 시너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조 소장은 또 침 치료가 환자에게 미치는 정신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다른 환자보다 특별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여기면 빨리 낫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해보면 병행한 환자의 치료 효과와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이 병원 동서비만클리닉에서는 서양의학적 치료와 함께 한약 복용을 병행한다. 비만 때문에 생긴 내ㆍ외과적 문제는 각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진료하고, 한의사는 체지방을 대사시키는 한약을 처방한다. 이 한약을 개발한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여러 병원을 다녔는데도 체중감량에 실패했거나 비만을 억제하는 양약 등 서양의학적 치료가 몸에 맞지 않는 환자들이 많이 찾아쨈?며 "양ㆍ한방 협진과 함께 한의학적으로 환자의 체질을 분석해 적합한 운동과 식단을 권해주면 치료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고 말했다.

한 환자를 양방과 한방 두 측면에서 동시에 본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한쪽이 놓친 부분을 다른 한쪽이 채워줄 수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의료시장에서 협진이 한국 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조 센터장은 "양ㆍ한방 협진은 오랜 한의학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독특한 의료체계"라며 "서로의 학문을 존중하며 믿고 맡기는 분위기가 갖춰져야 협진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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