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길고 지루한 '앞으로 나란히'.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 위에서 하는 짓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날에도 2,919만명이 고향으로 간다.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연휴 기간이 짧아 하루 평균 이동 인구는 20.1% 늘 것으로 예측된다. 징그럽게 막힐 건 불 보듯 뻔한 일. 핸들 움켜쥐고 꼼짝도 않는 앞차 꽁무니만 노려보고 있을 바엔 과감히 고속도로를 벗어나 보자. 어차피 막히는 귀성ㆍ귀경길, 교통정체가 짤막한 가족여행의 핑계가 될 수도 있다. 고속도로 교통혼잡 예상구간에 있는 나들목(IC)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수도권(경부ㆍ중부ㆍ서해안ㆍ영동선)
▲수원IC 한국민속촌(031-288-0000)이 가까이 있다. 연휴기간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등 세시행사와 더불어 만복 부적 나누기, 복(福) 페이스페인팅 등 '설맞이 복잔치'가 열린다. 한복을 입은 고객은 자유이용권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눈 덮인 수원화성(수원문화재단 031-290-3600)도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비봉IC 생태답사 테마 여행 코스를 짤 수 있다.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송산 공룡알 화석지(031-357-3951)가 있다. '죽음의 호수'에서 생태 호수로 되살아난 시화호, 갈대가 울창한 비봉 인공 습지 등도 둘러볼 수 있다(화성시 환경정책과 031-369-3255). 불과 수십년 새 일어난 생태계의 커다란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일죽IC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죽주산성(031-678-2692)과 임꺽정의 이야기가 서린 칠장사(031-673-0776)를 묶어서 둘러볼 수 있다. 떠들썩한 구경거리보다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는 가족에게 적당. 한택식물원(031-333-3558) 4개의 테마온실 꽃밭엔 이미 봄과 여름이 찾아왔다. 오후 4시 30분까지 입장할 수 있다.
▲여주IC 느긋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남한강을 굽어보고 있는 신륵사(031-885-2505), 호젓한 산책로로 그만인 세종대왕릉(031-885-3123)이 가깝다. 명성황후생가(031-880-4021)도 근처에 위치해 있다. 불교 목조각품을 전시한 목아박물관(031-885-9952), 여성생활사박물관(031-882-8100) 등 특색 있는 박물관들도 있다.
충청권(경부ㆍ중부ㆍ천안논산선)
▲천안IC 여러 가지 테마의 반나절 여행이 가능하다. 거대한 청동불을 모신 각원사(041-561-3545), 독립기념관(041-560-0114), 유관순열사사적지(041-564-1223), 천안향교(041-521-5161)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유관순열사사적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병천시장엔 유명한 병천순대를 파는 골목이 형성돼 있다.
▲정안IC 귀경길 정체가 시작되는 곳이다. 우회도로인 23번 국도로 나가면 공주와 세종시의 문화 유적에 쉽게 닿을 수 있다. 공산성(041-856-0332), 마곡사(041-841-6221), 무령왕릉(041-856-0331), 비암사(044-863-0230) 등의 유적지와 국립공주박물관(041-856-0033)에서 역사 공부를 곁들인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진천IC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진천의 볼거리는 농다리다. 고려 때 만들었다는데 100m 가까이 되는 긴 돌다리의 모습이 무척 운치 있다(농다리전시관 043-539-3862). 태실이 남아 있는 김유신탄생지, 석장리 고대 철생산 유적, 천주교 박해 역사를 간직한 배티성지 등도 가깝다(진천군 문화체육과 043-539-3624).
경북권(경부ㆍ중부내륙ㆍ중앙선)
▲김천IC 김천분기점에서부터 서울 방향 중부내륙고속도로도 막히기 시작한다. 직지사(054-436-6174)가 김천IC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물로 지정된 전각과 석탑 등 절집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절을 둘러싼 깊은 겨울숲이 장관이다. 모성정, 방초정, 성산여씨 하회택 같은 고건축물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구성면사무소 054-434-5296).
▲북대구IC 남북으로 다른 느낌의 나들이 코스를 짤 수 있다. 북쪽으로 가면 동화사(053-982-0101), 파계사(053-984-4550) 등의 천년고찰과 팔공산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남쪽 시내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전국적 규모의 패션거리인 동성로, 먹자골목이 형성된 칠성시장 교동시장 남문시장 등의 재래시장이 있다(대구관광정보센터 053-627-8986).
▲상주IC 절벽 위의 푸른 송림과 금모래밭이 아름다운 경천대(054-536-7040), 쟁쟁한 도학자들의 혼이 서린 도남서원(054-535-8648)이 지척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본모습이 크게 훼손됐으나 '낙동강 제1경'의 면목을 간직하고 있다. 전사벌왕릉, 청용사, 상주박물관, 자전거박물관 등도 가까이 모여 있다(상주시청 054-533-2001).
경남권(경부ㆍ대구부산ㆍ남해선)
▲남밀양IC 만어사(055-356-2010)에서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예림서원(055-359-5639), 밀양향교(055-354-5872) 등도 멀지 않다. 표충사(055-352-1150)까지 가는 길은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다. '밀양' '오구' '똥개' '청풍명월' 등의 영화 촬영지도 관광지로 개발돼 있다(밀양시 문화관광과 055-359-5638).
▲함안IC 가야의 도읍지였던 가야읍 도항ㆍ말산리 일원에 아라가야의 고분군이 있다. 고려왕조가 망한 뒤 이곳에 숨어들어 충절을 지켰던 유생들의 마을인 고려동, 대산리 석불군 등의 유적도 가깝다. 함안면 북촌리에서는 옛날 시골장터의 구수한 인심이 남아 있는 소고기국밥을 맛볼 수 있다(함안군 문화관광과 055-580-2301).
▲서울산IC 경부고속도로는 언양분기점부터 귀경길 정체가 시작된다. 통도사(055-382-7182), 석남사(052-264-8900) 등의 고찰이 가까이 있다. 울주군 언양읍과 두동면 일대는 쇠고기로 유명하다. 봉계 불고기 단지(052-262-9088), 언양 숯불고기 특구(052-262-0940)에서 질 좋은 쇠고기를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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