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법정 스님입니다. 법정 큰 스님이 아닙니다. 분명히 알아두세요"
2010년 3월 11일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법정 스님은 살아 생전 이렇게 말하곤 했다. 수필 '무소유'를 비롯해 많은 저술과 법문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 우리 영혼의 해방은 물질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 지는 것에 있음을 설파해온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사표였다.
KBS1TV가 9일 밤 11시 25분 방영하는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런 스님의 행장과 생애를 열반에 들기 전 스님이 남긴 법문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등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등록금이 없어 작은아버지에게 손을 벌려 학업을 이어가야 했던 어려웠던 유년기와 '절구통 수좌'라고 불릴 정도로 수행에 정진했던 당대의 선지식 효봉 스님을 시봉했던 청년기, 전남 순천 불일암에서 장좌불와(長座不臥)했던 장년기와 홀로 병마와 싸웠던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다룬다.
전남 순천 송광사에 딸린 작은 암자로 스님이 살아 생전 17년이나 기거했던 불일암의 한귀퉁이에는 '빠삐용 의자'가 놓여있다. 법정 스님이 살아 생전 영화 '빠삐용'을 보고 손수 만든 의자다. 이를 두고 스님은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며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탤런트 최불암이 내레이션을 맡고 영화 '지선아 사랑해' 등을 연출한 중견 임성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11년 법정 스님 열반 1주기를 맞아 개봉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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